野 “안종범 수석, 미르 총장과 통화”… 안종범 “인사개입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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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우병우 블랙홀]국감 공방
이성한 당시 사무총장 녹취 공개

정유라 프로필 보는 野의원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프로필이 올라있는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를 열어놓은 채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유라 프로필 보는 野의원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프로필이 올라있는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를 열어놓은 채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였다. 야당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청와대는 최 씨 관련 의혹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제 안보-경제 쌍끌이 위기 속에 ‘최순실 블랙홀’에서 벗어나 국정을 정상화시킬 책임은 검찰로 넘어갔다.
○ 안종범에 쏠린 야권 공세

 야당 의원들의 질문은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몰렸다. 안 수석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도해 설립한 미르·K스포츠재단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두 재단이 대기업에서 774억 원을 모금하는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안 수석→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지시가 내려갔고, 그 배후에 최 씨가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안 수석은 최 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만 이 부회장이 지난해 8, 9월경 안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와 “기업들이 뜻을 모아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라고 알렸고, “좋은 취지의 재단을 잘 만들었다”라고 격려한 게 전부라는 것이다. 또 당시 이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해 박 대통령도 재단 설립 추진을 알았다고 했다.

 안 수석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통화한 사실은 확인됐다. 이 전 사무총장은 안 수석이 통화에서 자신의 사임을 요구했으며 정권 실세 등과의 녹취록 77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통화 당시 안 수석은 박 대통령을 수행해 멕시코를 방문하고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9월 미르재단을 나왔다. 안 수석은 “지난 4월 4일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전화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문에 “전화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 수석은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 다음 순방과 관련해 통화했다”라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사무총장에게 “(당신과 관련한) 안 좋은 소문이 있다”라고 말한 사실은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백 의원은 이날 ‘미르재단이 교육 문화뿐 아니라 통일 관련 사업 등 정부의 온갖 사업에 관여했다’라는 이 전 사무총장의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안 수석이 모 재벌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에 10억 원을 더 내라’라고 했더니 ‘내가 지금 정부의 큰 프로젝트에 1000억 원 이상 썼고 미르재단에도 10억 원을 냈는데 또 K스포츠재단에 10억 원을 내라고 하느냐’고 답변했다는 말도 나온다”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사퇴 문제를 거론했다. 안 수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최 씨 일가에 대한 성토가 나왔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에 올린 가족 소개에서 부친 정윤회 씨에 대해 ‘박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라고 적은 데 대해 “최 씨가 호가호위하니 딸도 그런다. 최 씨와 관련해 풍문까지 단서로 삼아 모든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두 재단 의혹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대책회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문제를 가지고 공식적으로 회의를 한 적이 없다. (박 대통령과도) 논의해 본 적 없다”라고 말했다.
○ 끝내 국감장에 나오지 않은 우병우

 이날 국감에선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출석 거부를 두고 국감 시작과 함께 1시간 넘게 여야 공방이 오갔다.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 참모일 뿐 아니라 국민의 공복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출석해 국정을 보고하고 감사를 받을 의무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후 4시 반을 출석 마지노선으로 최후 통첩했다.

 그럼에도 우 수석이 나오지 않자 정 원내대표는 이 비서실장에게 “직접 우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출석 의사를 확인하라”라고 요청했다. 우 수석의 출석 거부 의사를 최종 확인한 여야는 다음 주 우 수석을 고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우 수석의 불출석으로 우 수석에 대한 사퇴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죄의식 없는 확신범’ 논란

 이날 국감에선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을 두고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고 말해 국감이 일시 중단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이 비서실장은 노 원내대표에게 “(박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다. 공개석상에서 그런 얘기는 지나치다”라고 반발했다. 정 원내대표도 노 원내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노 원내대표는 “(두 재단 모금은) 자발적 모금이 아닌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며 “법령을 위배하는 행위일 수 있는데 죄의식이 없는 게 사실 아니냐”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신진우 기자
#안종범#미르재단#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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