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리우 엿보기]동원된 버스기사들 길 몰라 우왕좌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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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새 도로… 구글맵도 “포기”
훈련장~선수촌 18km 가는데 두시간
잇단 교통사고에 물품 분실도 속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1일 훈련장과 숙소를 오갈 때 이용한 버스의 뒷유리가 나무에 부딪혀 깨져 있다(왼쪽 사진). 올림픽을 
준비하며 새로 포장한 도로가 많다 보니 대회 공식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사들도 길을 몰라 도로에서 헤매기 일쑤다. 대한배구협회 
제공·리우 올림픽 홈페이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1일 훈련장과 숙소를 오갈 때 이용한 버스의 뒷유리가 나무에 부딪혀 깨져 있다(왼쪽 사진). 올림픽을 준비하며 새로 포장한 도로가 많다 보니 대회 공식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사들도 길을 몰라 도로에서 헤매기 일쑤다. 대한배구협회 제공·리우 올림픽 홈페이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정철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엔 피곤이 가득했습니다. 1일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도로에서 두 시간이나 허비해야 했습니다. 교통 체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대표팀을 태운 버스의 운전사가 선수촌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헤맸기 때문입니다. 훈련장과 선수촌의 거리가 18km인 점을 감안하면 한숨이 나올 법합니다.

전날에 이어 훈련장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브라질 각 지역에서 사람을 동원하다 보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길을 알지 못하는 운전사가 많았습니다. 보다 못한 대표팀 스태프가 나서 ‘구글맵’을 이용하자고 했지만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올림픽을 위해 이곳저곳 도로를 새로 연결하다 보니 지도 앱이 인식하지 못하는 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운전사는 출발하면서 버스 뒤에 있던 나무와 접촉사고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가벼운 사고여서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진 않았습니다.

리우 교통에 애를 태운 건 대표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날 메인프레스센터(MPC)로 가는 버스에서도 운전사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과속방지턱을 그대로 지나가 버스에 타고 있던 기자들의 간을 콩알로 만들었습니다. 고가도로를 빠져나올 때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려다 옆 차로를 달리던 차와 충돌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걸까요. 실제로 이날 미디어빌리지 앞에는 뒤에서 오던 차량과 추돌해 뒷유리가 산산조각 난 버스 한 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전 세계 취재진을 태워 옮기는 셔틀버스가 뒤차에 들이받힌 것이죠. 다행히 큰 부상자는 없었지만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택시 운전사들이 올림픽 시설의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같은 자리를 맴도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심각한 교통 정체를 전하며 ‘교통 지옥’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경기장 4개 권역이 20∼30km씩 거리를 둔 상황에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말 교통 지옥이 연출될 것 같습니다.

절도 등 치안 불안도 꾸준히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호주 대표팀은 화재로 대피했다가 노트북 등 개인 물품을 분실했습니다. 일본의 여자 마라토너 이토 마이는 치안 불안에 경기 코스 답사를 포기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리우#브라질#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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