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잘못된 일… 외지인은 개입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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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투쟁위, 외부세력 경계

경북 성주군 주민들은 15일 발생한 과격 시위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반대 운동의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 ‘외지인’의 개입을 저지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투쟁위원회로 확대하고 정부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복 성주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 방문 때 폭력 사태가 발생한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투쟁위원회는 16일 출범했다. 앞서 발족한 성주사드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이 위원장을 비롯해 정영길, 백철현 군의원과 김안수 경북도친환경농업인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백철현 공동위원장도 이날 “일부 젊은 주민이 격앙돼 거칠게 반응하고 시위가 과격해진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의 주장만 내세우는 상황에서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총리의 자세를 문제 삼는 의견도 나왔다. 송모 씨(74·여)는 “당시에는 누구라도 화가 났고, (일부 시위대가) 젊은 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라의 큰 어른이 버스 안에 숨어 있다가 나중에 도망가는 바람에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고등학생 이모 양(16)은 “사드 배치에는 반대하지만 계란이나 물병을 던지고 집기를 부순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일 시위 때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성주군 공무원들은 “대다수 주민이 평화적 시위를 주장하고 15일 이후에는 물리적 충돌이 없어 갈수록 시위 문화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6, 17일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집회와 거리 행진 등이 성주군 일원에서 열렸지만 주민들은 “일부러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응하지 않았다.

야당도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7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총리의 저고리를 벗겨 휴대전화까지 가져가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짓”이라고 했다.

투쟁위원회는 사드 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반대운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매일 오후 군청 광장에서 열고 있는 촛불집회를 계속 진행하고 대규모 상경 집회 등도 준비 중이다. 특히 주민설명회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행정 절차에 대한 법정 투쟁 및 행정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외지인의 개입은 저지하겠다는 것이 투쟁위원회의 방침이다. 15일 시위가 과격 양상으로 번진 것은 개별적으로 참가한 일부 외지인 탓으로 보고 있다. 이재복 공동위원장은 “외지인들은 성주와 상경 집회 때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외부 지원을 받는다는 이미지는 성주의 투쟁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성주#사드투쟁위#폭력시위#외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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