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철회 없인 총리 못간다”… 6시간반 트랙터 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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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후폭풍]황교안 총리 성주 방문 아수라장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경북 성주군의 반발은 예상보다 훨씬 격렬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내려왔지만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오히려 커졌다. 성난 주민들은 황 총리를 향해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황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경 성주군청 입구에서 사드 배치 과정 설명에 나섰다. 군청 앞에는 황 총리 방문에 맞춰 주민 3000여 명이 모여 “사드 배치 결사반대” “성주 배치 반대” “한반도 배치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었다.

주민들의 계란 세례는 황 총리 일행이 군청 정문 앞 계단에 들어서자마자 시작됐다. 계란 2개와 물병이 날아든 것. 황 총리는 셔츠와 양복 상하의에 맞아 터진 계란을 묻힌 채 발언을 시작했다. 황 총리는 먼저 “주민들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않고 결정한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성주 주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감안하도록 더욱 노력하고 함께 방안을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황 총리가 발언하는 동안 “사드 배치에 북한 핑계를 대지 말라”는 등의 구호와 욕설을 퍼부으며 강하게 항의했다.

황 총리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사드 레이더와 아주 비슷한 레이더에서 전자파 강도를 검사한 결과가 나왔는데 그 결과가 훨씬 낮은 평가로 나왔다”고 발언하자 주민들은 일제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격하게 야유했다.

특히 황 총리가 “제가 사드 전문가와 같이 왔다. 국방부 관계자와 함께 왔다. 여러분께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으시고 저희들 의견 들어보시고 판단해 보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발언하는 순간 수십 개의 물병과 계란이 한꺼번에 황 총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황 총리가 몸을 숙이는 과정에서 계란 몇 개가 그의 오른쪽 어깨와 가슴, 다리 등에 맞아 흘러내렸다. 경호원들은 미리 준비한 검은색 보호막과 우산을 펼치며 황 총리를 보호했다. 약 15분간 발언한 황 총리에 이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마이크를 잡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한마디도 못 했다. 황 총리 일행은 오전 11시 40분경 물병 세례가 심해지자 청사 안으로 급히 몸을 피했다. 이어 낮 12시경 군청 뒷문에서 대기하던 미니버스를 타고 상경하려고 했지만 주민들 수백 명이 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꼼짝달싹 못하고 오후 내내 갇혀 버렸다.

오후 2시경에는 주민들이 트랙터 2대를 동원해 도로 입구까지 막았다. “총리가 사드 배치 철회 발언을 하지 않으면 못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 있던 조희현 경북지방경찰청장은 오후 2시 50분경 주민이 던진 물병에 맞아 왼쪽 눈썹 위쪽이 5cm가량 찢어져 응급 처치를 받기도 했다.

성주군민은 외부 세력의 개입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사드 배치 반대를 취지로 발언할 때 ‘미군’ ‘북핵’ 같은 단어를 쓰자 주민들이 “성주와 상관없는 말은 하지 말라”며 소리쳤다. 당초 주민들이 내세웠던 평화적 시위가 격렬하게 바뀐 것도 외부 세력 때문이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낮 12시부터 버스에 갇혔던 황 총리는 오후 5시 반경 버스에서 내려 경찰과 수행원의 보호를 받으며 군청 뒷마당을 통해 걸어서 빠져나갔다. 경찰이 방패를 동원해 주민을 막고 길을 냈다. 황 총리는 주민에게 옷을 잡혀 일부가 찢어지고 수첩도 떨어뜨렸다. 경찰은 황 총리가 탈출할 수 있는 길을 내는 과정에서 분말소화기와 최루액을 뿌리기도 했다. 황 총리는 오후 6시 15분경 도로에 대기하던 승용차를 타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주민들에게 또 막혔다가 옆 도로에 있던 다른 승용차를 타고 겨우 현장을 벗어났다. 한 장관은 다른 길에 준비한 승용차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시위 현장을 벗어난 황 총리의 승용차는 성주읍 성산포대 앞 정비공장 앞의 편도 2차로에서 반대 차로를 내려오던 차량이 대각선으로 길을 막는 바람에 한동안 멈췄다. 이에 황 총리의 승용차가 길을 막는 차량의 범퍼 뒤쪽으로 진행하면서 접촉 사고가 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성주지역 일부 학부모는 이날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했다. 또 주민 2000여 명은 이날 오후 8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사드 배치 결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촛불시위를 벌였다.

성주=장영훈 jang@donga.com·김동혁 기자
#사드#황교안#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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