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北 류경식당 청사초롱만 덩그러니… 직원들 안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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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에 흔들리는 北 김정은 체제]中닝보 직원 13명 집단탈출 현장

썰렁한 닝보 류경식당 중국 저장 성 닝보의 북한 식당인 ‘류경식당’. 최근 집단 탈출해 한국으로 온 북한 여성 12명과 남성 1명은 이 식당 직원인 것으로 확인 됐다. 이들은 2015년 말까지는 지린 성 옌지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뉴스 화면 캡처
썰렁한 닝보 류경식당 중국 저장 성 닝보의 북한 식당인 ‘류경식당’. 최근 집단 탈출해 한국으로 온 북한 여성 12명과 남성 1명은 이 식당 직원인 것으로 확인 됐다. 이들은 2015년 말까지는 지린 성 옌지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뉴스 화면 캡처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의 북한식당 ‘류경식당’은 5일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종업원 12명이 집단 탈출한 후 문을 굳게 걸어 닫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닝보 시 하이수(海曙) 구의 역사 문화거리인 난탕라오제(南塘老街)에 있는 이 식당에는 벽을 따라 청사초롱만이 가득 걸려 있을 뿐 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 인터넷판은 10일 한국 언론 보도와 통일부 대변인의 발언 등을 인용해 닝보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 소식을 전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7일 한국에 입국한 북한 종업원들은 닝보 류경식당 근무에 앞서 지난해 말까지는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 신싱제(新興街)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해 왔다고 옌지 소식통이 10일 밝혔다. 옌지 류경식당은 옌지의 북한 식당 5곳 중 10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곳이다. 인근 북한식당 ‘해당화’는 오래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류경식당은 버텨왔다. 하지만 올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이후 한국인들의 북한식당 출입이 급감하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옌지 류경식당은 재일동포 K 씨 부부가 운영해 오다 지금은 K 씨의 처남이 맡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K 씨는 지난해 평양에 갔다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억류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정을 알아보려고 북한에 갔던 K 씨 부인도 소식이 끊겼다.

옌지 소식통은 “사장 부부가 평양에서 오지 못하는 것은 할당액(외화 상납)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이곳에서 근무하던 종업원들까지 대거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가 (앞으로)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에는 상납 압박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한국 당국의 설명과 관련해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한식당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 노골적으로 비싼 메뉴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상납에 대한 부담은 경영자들 몫이어서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은 외부 사회에 대한 동경이 큰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수년 전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의 한 북한식당에서 만난 여성 종업원 얘기를 전했다. 당시 중국 근무 기간이 2년가량 된 20대 중반의 이 여성은 “마음은 지금 당장이라도 탈북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스스럼없이 ‘탈북’을 입에 올렸다고 한다. 이 여성은 “평양의 아버지가 군부대 고위직에 있다. (내가 탈북하면) 한순간에 집안이 망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휴가 때 평양에 다녀오는 동료들이 있지만 자신은 가지 않는다며 아버지가 평양에 오지 말고 중국에서 휴가를 보내라는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종업원은 “그런 아버지를 배신하고 혼자만 잘살겠다고 탈북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북한과 인접한 중국 동북3성을 관할하는 주선양 한국총영사관은 9일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 성의 교민단체와 한국기업 선교사 취재기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공지문을 발송해 신변 안전 주의를 당부했다. 총영사관은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대거 한국 입국과 최근 대북제재 등으로 궁지에 처한 북측이 우리 교민들에게 위해(危害)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김정은#류경식당#직원#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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