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저격 포스터’ 권은희 사퇴시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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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저격을 연상시키는 총선 포스터를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포스터에는 군복 차림으로 총을 겨눈 권 의원 사진 위에 ‘박근혜 잡을 저격수, 권은희지 말입니다. 다음은 국보위 너다!!’라는 문구와 국민의당 3번이 쓰여 있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패러디한 것이고 대통령도 패러디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저격 포스터를 게시하는 건 권 의원의 상식을 의심케 한다.

논란이 되자 권 의원은 그제 오후 페이스북에서 이 포스터를 삭제했다. 권 의원 측은 “논란이 된 웹 포스터는 선대위가 직접 관계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린 사람은 권 의원 측이다.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저격하는 이미지는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군복을 입고 군 통수권자를 저격하는 모습은 아무리 패러디 포스터라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에도 어긋나는 행태다. 박 대통령이 부모를 모두 총격에 잃은 비극의 가족사를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부적절하다.

권 의원은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시절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맡아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외압을 가했다”고 폭로한 공로로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을 받았다. 당에서는 그를 ‘광주의 딸’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1, 2, 3심 모두 그 폭로가 신빙성이 없다며 김 전 청장의 손을 들어줬고 권 의원은 모해위증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런 논란이 있는 후보를 공천해 결국 사달이 난 것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직접 사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권 의원을 후보 사퇴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막장 행태를 일삼는 사람들이 20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의 재탕이 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죽여”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은 인천 남을에 무소속 출마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린다. 당에서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공천해 ‘변종 전략공천’이라는 말이 나오는 마당에 당 소속 인천시의회 의장까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를 해줬다. 더불어민주당이 세종시에 무소속 출마한 이해찬 전 총리를 지지한 당 소속 시의원 2명과 당원 1명을 1일 징계한 것과 딴판이다. 각 당은 19대 총선 전에 대승할 것으로 예측됐다가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으로 쪼그라든 민주통합당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국민의당#권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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