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유엔제재 피해갈 꼼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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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안 全文 입수]
① 자체 조달… 해외기술자 데려와 항공유 정제
② 생계 위장… 민간무역 눈속임, 軍이 챙길듯
③ 조세피난처… 해외자금 세탁뒤 현물로 반입

유엔 안보리는 이번 대북제재를 “사상 최강의 제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제재에 갇혀 살아온 북한의 제재 회피 노하우도 세계 최강 수준이다. 북한의 허점을 뚫으려는 창(유엔)과 어떻게든 제재를 피하려는 방패(북한)의 대결인 셈이다. 과거 북한이 사용했던 대북제재 회피 수법을 알면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대처할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은 우선 중국과 러시아에서 은퇴한 기술자들을 ‘모셔 와’ 유엔 제재로 공급이 막힌 항공유 정제 기술을 자체 개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원유정제 공장을 운용해 왔다. 국내 정유회사 관계자는 “항공유 정제가 어려운 기술은 아니고, 북한도 정제 시설이 있기 때문에 추가 시설만 갖추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옛 소련 출신 과학자 20∼30명이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북한 166(로켓공학)·628(로켓엔진)연구소에 소속된 이들의 전공은 엔진, 동체, 연료, 송수신, 탄두 등 다양하다. 북한은 이들에게 평양시 만경대구역 축전동 광복거리에 있는 최고급 아파트를 제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월급을 주고 있다.

또 북한은 이번 제재를 철저히 연구해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 것이다. 이번 제재는 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북-중 교역, 특히 석탄과 철광석 수출은 허용했다. 따라서 수출 주체를 군이나 국가안전보위부 등 체제 유지 기관이 아니라 내각 산하 무역회사로 바꿔 주민 생계유지용으로 둔갑시킬 소지가 농후하다. 광물 수출대금으로 식량이나 피복과 같은 민수용 물품만 들여와 이를 군이나 보위부가 다시 가져갈 수도 있다.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도 적극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무역이나 불법 활동으로 번 달러를 꼭 북한으로 갖고 갈 필요는 없다.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해외에서 한두 바퀴 순환시킨 뒤 민수용 물품으로 바꿔 국내로 들여가면 된다. 북한은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자금이 동결되자 전 세계에 흩어진 자금을 세탁해 은닉했다. 버진아일랜드, 홍콩 등 세계적인 조세피난처만 50∼60여 곳에 이르고 21조 달러의 불법 자금이 통용된다. 이 중엔 북한 자금도 포함돼 있다.

북한은 또 대북 제재로 줄어든 달러 수입을 인력 송출로 보충할 수 있다. 이번 제재에는 인력 송출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에 보다 많은 노동력을 파견해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줄어든 외화 수입을 보충하려고 할 것이다. 동시에 내부에선 새로운 돈줄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가령 북한이 개인 간 부동산 거래를 허용하고 취득세를 받는 법을 만들 경우 막대한 양의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공해에서 물건을 외국 선박에 옮겨 싣거나 중국인의 이름으로 물건을 구매해 들여오는 방식으로 무기와 사치품 등을 국내에 반입했다. 새로 발효되는 의무적 화물 검색과 금지 물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및 비행기 운항 금지 조치로 이 같은 불법 거래를 얼마나 막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주성하 zsh75@donga.com·김창덕 기자
#북한#미국#icbm#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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