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엄호 나선 비주류… “文 사퇴 안하면 당 쪼개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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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야당]
주승용 이어 이종걸 당무 거부… 非盧의원 14명 ‘구당모임’ 결성
중도파 ‘통합행동’도 수습책 논의… 文 ‘부패 유죄땐 제명’ 당규 제출
한명숙 내치면서 ‘혁신 드라이브’

텅텅 빈 최고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의 자리는 비어 있다. 이 원내대표와 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 불참해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며 문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거부에 항의의 뜻을 내비쳤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텅텅 빈 최고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의 자리는 비어 있다. 이 원내대표와 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 불참해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며 문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거부에 항의의 뜻을 내비쳤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7일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회의실에는 빈자리가 유독 많았다. 이미 사퇴한 오영식 최고위원과 결석한 이용득 최고위원 자리뿐만이 아니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주축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불참했다. 당연직 참석자는 아니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 보고 안건이 있어 참석이 예정됐던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사실상 회의를 보이콧했다.

주 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당 ‘안전과 인권보장을 위한 대테러대책 TF’ 회의가 늦어진다는 사유를 댔다. 당무 거부다. 이 원내대표 측은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선언하는 등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이 원내대표가 최고위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노(非盧), 조직적 반격 나서다

구당모임 “文체제로는 총선 어렵다” 야권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 소속 의원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당내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비노(비노무현)계가 주축인 구당모임은 이날 “현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구당모임 “文체제로는 총선 어렵다” 야권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 소속 의원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당내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비노(비노무현)계가 주축인 구당모임은 이날 “현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안철수 의원이 6일 문 대표를 향해 ‘최후통첩’을 한 뒤 비노 진영이 문 대표를 향해 조직적인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날 오후 문병호 최원식 정성호 의원 등 비노 성향 의원 14명이 ‘야권대통합을 위한 구당 모임’을 결성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함께했다. 이들은 “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며 “문 대표와 안 의원은 당의 분열을 막고 구당을 위한 노력에 살신성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당 모임에 참여한 한 의원은 “살신성인이라는 건 ‘문 대표의 사퇴’를 말한 것”이라며 “안 의원도 섣부른 탈당은 하지 말라는 요구”라고 했다. 안 의원보다는 문 대표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의원은 “문 대표가 (이 요구를) 안 받아들인다면 안 의원은 (당을) 나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모임이 1996년 민주당 시절 ‘당내 당’이었던 국민통합추진위원회와 같은 형태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처럼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비노 진영만이 아니다. ‘문-안 연대’로 통합전당대회를 주장했던 중간지대 모임인 통합행동은 이날 모임을 갖고 문 대표와 안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9일 내기로 했다.

○ 文, 당내 반발에도 마이웨이 고수

문 대표는 계속 침묵했다. 문 대표는 8일 오전 관훈토론회에서 혁신전당대회 수용 불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대표는 7일 오후 1시간 넘게 주 최고위원을 만나 최고위원 사퇴는 하지 말라고 설득했지만 허사로 끝났다. 대신 문 대표는 혁신 드라이브의 고삐를 강하게 죄었다. 최고위에서 안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는 절차를 뒤늦게 확정했다. “법원마저 정치화되고 있다”고 대법원 판결에까지 반발하며 옹호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사실상 내친 것.

새 당헌·당규 개정안은 △부정부패 혐의 형사범 중 유죄가 확정된 당원은 제명 조치 △부정부패 연루 당원에 대한 당원권 박탈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이 9일 최고위와 당무위원회, 14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감된 한 전 총리는 제명된다.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당원권이 박탈된다.

최고위는 또 의정활동 및 공약 이행(35%), 선거 기여도(10%), 지역활동(10%), 다면평가(10%), 여론조사(35%)로 이뤄진 의원 평가 항목과 각 항목의 세부 반영 비율을 의결했다. 이들 기준에 따라 현역 의원을 평가해 ‘하위 20%’는 공천에서 배제한다. 지난해 안 의원과의 통합으로 지어진 당명도 내년 2월 1일 바꾸기로 했다. 문 대표가 안 의원과의 결별을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안철수#문재인#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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