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독단… 유해 모신곳 알고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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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 별세 그뒤]한국의 장남-차녀 등 기자회견

고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 차녀 김정희, 김 씨의 남편 문범강, 차남 고 김종우 씨의 아내 서재란 씨(왼쪽부터) 등 유족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머니의 유해를 어디 모셨는지 알려 달라”고 큰딸 이혜선 씨에게 요청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고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 차녀 김정희, 김 씨의 남편 문범강, 차남 고 김종우 씨의 아내 서재란 씨(왼쪽부터) 등 유족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머니의 유해를 어디 모셨는지 알려 달라”고 큰딸 이혜선 씨에게 요청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어머니 유해를 어디에 어떻게 모셨는지 알려주기를 언니에게 요청한다. 유해 확인을 위해 법적 대응이 필요하면 하겠다. (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공개 석상에서 요구하게 됐다.”

천경자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를 제외한 유족들은 27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혜선 씨의 독단을 더 참을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는 천 화백의 장남 이남훈 씨(67·팀쓰리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회장), 차녀 김정희 씨(61·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대 교수), 정희 씨의 남편 문범강 씨(61·조지타운대 미대 교수), 2004년 사망한 차남 김종우 씨의 아내 서재란 씨(52·세종문고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회견에 앞서 미술관 2층 상설관 ‘천경자실’을 잠시 둘러본 뒤 전시실 초입의 천 화백 작업실 사진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천 화백은 20세 때 결혼해 이혜선 남훈 씨를, 이혼 후 만난 연인과의 사이에서 김정희 종우 씨를 낳았다. 회견장에 앉은 네 사람은 “어머니의 사망 소식은 19일 한국의 한 은행으로부터 사망자(천 화백) 계좌 해지에 유족 동의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알았다”고 말했다.

혜선 씨가 형제들에게도 천 화백의 사망 사실을 두 달 넘게 전하지 않았다는 것. 정희 씨는 “지난해 12월 병세가 심해져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간병한 뒤 4월 5일 뉴욕 언니 집에서 뵌 게 마지막이다. 임종도 지키지 못했고 장례식에도 못 갔다. 오빠(남훈 씨)가 여러 번 언니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여기 모인 사람 중 누구도 어머니의 작품을 갖고 있지 않다. 어머니의 그림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라 어머니가 남긴 다른 자식들이다. 이때껏 침묵한 건 형제간 다툼이 어머니 명예에 누를 끼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30일 오전 10시 추도식을 열 예정이다. 정희 씨는 “어머니는 소박하게 생활했지만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다. 고국을 늘 그리워하고 사랑했다. 어머니를 사랑해 준 사람들이 제대로 애도할 기회조차 없이 쓸쓸히 가시는 건 절대 어머니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견 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만난 정희 씨는 ‘어머니 간병을 도와 달라고 (동생에게)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혜선 씨의 동아일보 뉴욕특파원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듣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희 씨는 “1997년 언니가 어머니를 미국 뉴욕 자기 집에 모시고 어머니의 모든 재산과 작품을 혼자 관리하겠다고 한 뒤 다른 형제들과 사이가 완전히 멀어졌다. 그때부터 언니가 정한 시간, 정한 장소에서만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를 뵈러 언니 집 앞에 찾아갔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 적도 있다. 서울 강남의 어머니 아파트도, 10억 원가량의 금융자산도, 어머니 고향(전남 고흥군)에 기증했다 돌려받은 작품도 모두 언니가 독단으로 처분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권리를 내세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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