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루 셔츠… 발가락 샌들… 회사가 휴양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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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203>옷차림 公私 구별을

외국계 제약회사 인사 담당인 A 과장은 인턴사원 B 씨의 파격적인 옷차림에 신경 쓰일 때가 많았다. 호주에 살았던 B 씨는 망사로 된 ‘시스루(see-through)’ 원피스나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상의를 입고 출근하는 일이 잦아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 구설에 올랐다.

회사는 B 씨가 의사, 약사, 병원 직원들을 주로 만나는 영업부에 배정된 만큼 노출이 심하지 않은 비즈니스 복장을 입기를 바랐다. A 과장은 B 씨의 동료들에게 현재보다 노출이 심하지 않은 복장을 입고 다닐 수 있도록 눈치를 주라고 주문했지만 B 씨의 옷차림에는 변화가 없었다. B 씨는 외국어 실력이 탁월해 회사에서 채용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과다 노출’인 옷차림이 결격사유 중 하나로 지적돼 결국 입사하지는 못했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노출이 과도한 복장으로 사내 분위기를 흐리는 사례가 있다. 특히 개성이 강한 젊은 직장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견 세대 직장인들은 “젊은 세대의 감각 있는 복장이 개성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과도하면 불쾌감을 조성하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실례를 범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서울 소재 한 공기업은 몇 달 전 인턴사원을 뽑았다. 인턴사원들은 입사 전 정장을 입고 면접을 봤지만 합격한 뒤로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양말을 신고 다니는가 하면 심지어는 발가락이 보이는 샌들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신고 다녔다. 간부급 직원들은 인턴들의 복장 불량을 직간접적으로 지적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만큼 주의를 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이 기업은 지난달 중순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바람직하지 않은 복장 예시’라는 주제로 공지사항을 띄웠다. 예시에는 △지나친 개성 표출로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복장 △과다하게 노출되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복장 △운동화, 슬리퍼, 찢어진 청바지·반바지 등이 담겼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독특한 디자인의 복장은 직장 동료 또는 거래처 상대방의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회사에서 공적으로 입고 다니는 복장과 회사 바깥에서 사적으로 입고 다니는 복장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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