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아파트 현관위 화재경보기? 알고보니 ‘몰카’

새벽에 몰래 설치 비밀번호 알아내… 14차례 5000만원 훔친 40대 구속

아파트 현관 앞 천장에 몰래카메라를 달아 현관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금품을 털어온 도둑이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상습절도 등의 혐의로 김모 씨(49)를 구속하고 공범 고모 씨(37)를 쫓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일당은 3월부터 이달 초까지 서울 송파구와 노원구, 경기 성남시와 고양시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를 돌며 14차례에 걸쳐 5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우선 포털 사이트의 실사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1층 출입구에 폐쇄형 개폐문이 없는 아파트를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

이후 새벽 시간대에 해당 아파트에 들어가 현관 위 천장에 화재경보기 모양의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이튿날 새벽에 회수했다.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누르는 비밀번호를 파악한 뒤 젊은 부부가 오전에 출근해 밤에 귀가하는 집을 주 범행 대상으로 삼아 대낮에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범행 장소 주변 폐쇄회로(CC)TV 50여 대를 분석해 동선을 추적해 오다 이달 1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김 씨를 검거했다. 김 씨는 차량털이로 수감됐다 지난해 11월 출소한 뒤 4개월여 만에 또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현관문을 열 때는 손이나 가방 등으로 가린 뒤 비밀번호를 누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