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않고 소통”… 지상파도 움직인 ‘1인 미디어’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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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뷰티, 요리, 영어공부, 일상, 심지어 잡담까지 모든 게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십만 명의 팬을 얻고 돈도 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인기를 끄는 것은 혼자서 콘텐츠 기획부터 진행, 촬영, 제작, 편집까지 도맡는 ‘1인 미디어’가 그만큼 주목받고 있다는 의미다. 2000년대 중반 인터넷 문화의 지형을 바꿨던 손수제작물(UCC) 열풍이 문화 생산자의 문턱을 낮췄다면 1인 미디어는 스스로 다수의 팬을 확보하며 수익까지 창출하는 ‘문화 창업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1인 미디어의 수익 모델이 생기자 최근에는 1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기획, 스튜디오 지원, 홍보 등의 업무를 제공하는 매니지먼트업인 MCN(멀티채널네트워크)이 등장했다. 현재 1인 미디어를 방영하는 아프리카TV와 판도라TV 등이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 ‘트레져헌터’ ‘샌드박스네트워크’ 등 MCN 전문 스타트업도 생겼다. CJ E&M이 ‘다이아TV’를 운영하고 있고 지상파인 KBS는 최근 1인 미디어 창작을 지원하는 ‘예띠스튜디오’를 출범시켰으며 MBC도 기업형 MCN 파트너를 모집하고 있다.

아프리카TV, 다이아TV, 트레져헌터 등 국내 주요 MCN 업체에 소속된 대표적 창작자들에게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

○ “내 이름 석 자가 콘텐츠” 남다른 차별화 전략

‘1인 방송계 유재석’으로 불리는 ‘대도서관’은 ‘유쾌하고 건전하며 신사적인’ 게임 BJ(Broadcasting Jockey)를 표방한다. 자극적이고 거친 말은 최대한 자제하며 방송 도중 심한 리액션도 삼간다. 이 때문에 방송의 주 시청자인 10대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의 게임방송은 게임을 잘하는 팁을 주는 게 아니다. 그도 처음 해보거나 잘 못하는 게임을 하는 모습을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보여줄 뿐이다. 그는 최근 이사한 집을 스튜디오로 개조해 요리방송도 시작했다. 주부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어린이를 위한 건전한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대도서관은 “예의 바른 방송으로 차별화해 믿고 보는 팬층이 생기며 이젠 내 이름과 내 생활 모든 게 콘텐츠가 됐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에서 영어교육 방송을 진행하는 ‘디바(Deeva)제시카’는 일방적인 주입식 영어교육의 개념을 뒤집었다. 그 대신 귀여움과 섹시함을 콘셉트로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설정을 앞세워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섹시코드 때문에 남성 시청자 비율이 높았지만 현재는 언어에 관심이 많은 여성 비율이 더 높은 편이다. 연애 영어 등 구체적인 상황에 걸맞은 영어 표현을 가르치기 때문에 연기력은 필수. 몸매 유지를 위한 운동과 함께 연기 수업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뷰티 분야 1인 창작자는 200여 명. 이 중 19세 뷰티 창작자 ‘다또아’는 해외 시장에 K-뷰티를 알리는 글로벌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는 게 목표다. 현재 그의 방송을 즐겨 보는 팬의 20%가량이 외국인이다. 그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 유저와 쌍방향 소통하라

1인 창작자들은 실시간 채팅이나 댓글을 통해 시청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능력을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로 꼽았다. 다또아는 ‘퀵 데일리 메이크업’ ‘학생 메이크업’ ‘터미네이터 여전사 따라하기’ ‘해외여행 클렌징’ 등 자신의 콘텐츠 아이디어를 팬들의 댓글을 통해 얻는다고 했다. 대도서관은 오프라인에서도 직접 팬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그가 18일 처음 연 팬미팅 ‘쫄지마라’에는 팬 300여 명이 참석했다.

디바제시카는 “인터넷 실시간 방송이 요구하는 소통능력은 거창하고 어려운 게 아니다”며 “매일 똑같은 시간에 생방송을 통해 그들의 취업, 생일, 승진을 축하하며 정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몇 번꼴로 신체 사이즈를 묻는 짓궂은 질문에도 10가지 다른 버전의 대답을 준비해놨다.

○ 수익은 콘텐츠 제작에 적극 투자해야

1인 창작자들의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대도서관은 월평균 수입이 5000만 원가량이라고 밝혔고, 디바제시카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대기업 임원급은 된다”고 귀띔했다. 1인 창작자들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은 크게 △자신의 콘텐츠를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올려 거두는 광고 수익 △PPL(간접광고) 수익 △기타 강연과 행사 수익 등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기업 주도로 만드는 광고의 일종인 ‘브랜디드(branded) 콘텐츠’가 이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최근 수입차 브랜드 재규어와 협업한 대도서관은 세계에서 최고의 악당인 대도서관이 재규어를 탐하러 간다는 내용으로 광고를 제작했다. 대도서관은 “광고 방송일 경우 팬들에게 분명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광고 수익을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할 때만 1인 창작자의 생명력이 오래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또아도 “언니를 믿고 화장품을 써봤는데 품질이 별로인 데다 광고라는 걸 알게 된다면 1인 창작자의 신뢰도는 무너진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기존 방송 시스템에 비해 콘텐츠를 발굴하고 가공하는 힘이 약한 1인 미디어는 ‘먹방’(먹는 방송)이나 섹시코드 등 1차원적인 자극 위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돈을 받고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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