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정부가 새겨야 할 박범훈 구속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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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정부에서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어제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립학교법 위반, 횡령, 배임, 뇌물, 사기 등 6가지로 ‘비리의 종합세트’라고 할 만하다. 대학 총장에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까지 지낸 사람의 범죄 혐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박 씨는 MB 집권 4년 차인 2011년 2월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했다. 그동안 청와대 권력을 이용해 중앙대 서울 흑석동캠퍼스와 경기 안성캠퍼스의 통합 추진 시 단일 교지를 승인해주도록 교육부에 압력을 넣고 중앙대의 적십자학원 인수 과정에 개입했다고 한다. 18억여 원의 후원금 착복, 특혜 임대, 횡령 같은 개인 비리도 교육문화수석 자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국악 전공인 그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된 것부터 의외였다. 대학 총장을 지냈다고는 하나 국가 교육 및 문화정책을 종합 컨트롤해야 하는 자리에 합당한 자격을 가졌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런 자리에 박 씨가 발탁된 것은 대학 총장의 신분으로 2007년 대선 때 MB선거대책위에 참여했고, 이후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았다는 MB와의 특수 관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사적 소유물인 양 남용한 박 씨도 문제지만, 대통령이 친소(親疏) 관계에 따라 ‘보은 인사’를 한 것도 잘못이다. MB가 ‘탈(脫)여의도정치’를 표방했으나 결국 비(非)정치인도 얼마든지 부패할 수 있음을 입증한 꼴이 됐다.

검찰은 MB 정권을 겨냥한 ‘표적 수사’라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엄정한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권력형 비리는 어느 정권이든 상관없이 도려내야 할 암 덩어리다. 박근혜 대통령도 박 씨의 구속을 교훈 삼아 인사와 측근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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