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30곳 스펙 안보고 2015년 3000명 채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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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토익 배제, 직무능력만 평가

공공기관 신입 사원 공채가 무(無)스펙, 능력 중심 채용으로 전면 개편된다. 올해만 총 3000여 명이 개편된 전형으로 채용될 예정이며 2017년부터는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130개 공공기관과 ‘직무능력중심 채용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공공기관들은 올해 신규 채용할 1만7000여 명 중 3000여 명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따라 개편된 공채 전형으로 뽑기로 했다. NCS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등을 국가가 797개 직무로 체계화한 것으로 ‘산업계에 필요한 인재 지침서’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입사지원서의 학점, 외국어 점수, 가족사항 등을 적는 난은 사라진다. 대기업들이 폭넓게 실시하고 있는 직무적성검사(직무능력평가)와 역량 면접(업무 수행 시 상황별 대처법 등)도 전면 도입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30개 공공기관은 NCS 채용 모델을 이미 도입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인력공단의 입사지원서에는 학력, 영어 점수 등을 적는 난이 없어졌고 자기소개서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조직 생활 경험 등 스펙이 아닌 직무 능력만 설명하는 지원서로 바뀌었다. 한국전력공사와 도로공사 등 100개 공공기관은 컨설팅을 통해 NCS 채용 모델을 개발한 뒤 하반기부터 도입할 방침이다.

취준생들 “NCS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혼란 ▼

다만 바뀐 채용 모델에 따른 취업 준비생들의 혼란을 줄이고, 이들에게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 전공 필기시험은 개편될 내용을 사전에 공고한 뒤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NCS 모델을 도입한 30개 기관은 내년 하반기, 나머지 100개 기관은 2017년 상반기부터 개편 필기시험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NCS 채용 모델에 대한 매뉴얼, 문제 샘플 등 관련 자료를 NCS 포털사이트(www.ncs.go.kr)에 올리고 채용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능력 중심 채용 과정이 공공기관에서부터 도입돼 사회 전반에 정착되면 대학 입시에만 집중돼 있는 교육 정책을 다변화해 직업 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그다지 탐탁해하지 않는 분위기다. “과연 무스펙 전형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심은 물론이고 NCS가 무엇인지 모르는 준비생이 태반인 상황에서 NCS 채용 모델 자체가 또 다른 ‘스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NCS 관련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문제 샘플 등을 바탕으로 관련 사교육 시장이 커져 취업 준비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거나 들어가려 했던 우수한 인력이 공공기관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준비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사교육 시장은 계속 감독하고 살펴보겠다”며 “중소기업은 산업 인력 위주여서 공공기관과 많이 겹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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