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光州아시아전당을 정부가 떠맡으라는 문재인의 발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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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개관하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아시아전당)의 운영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이 운영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민간이 맡아야 한다는 쪽이다. 아시아전당은 옛 전남도청 일대에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 복합 시설이다. 작년 11월 완공되기까지 7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고, 운영비 사업비를 포함하면 수조 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운영인력만도 400명 넘는데 새정치연합이 일부라 할지라도 공무원 운영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 직영 체제로 모든 비용을 떠맡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시아전당은 노무현 정부의 대선 공약 사업이다. ‘정치적 선물’의 성격이 있다 보니 건립 이후 운영과 효율성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우윤근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의 통과를 독려하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인 그가 이 법의 통과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 것은 당 대표 선거 때 ‘호남 총리’ 발언을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당의 ‘대주주’인 광주지역의 환심을 사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및 산하 문화예술 기관과 단체 가운데 직원이 공무원 신분인 곳은 직속기관인 국립극장과 국립국악원 단 두 곳뿐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한 산하기관과 단체는 모두 민간이 운영한다. 아시아전당이 공무원 조직으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적자를 내면 세금으로 메워 줄 수밖에 없다. 아시아전당이 ‘세금 먹는 하마’처럼 되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요구를 할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가. 불요불급한 재정 지출을 줄여 나가야 할 판에 잘못된 선례가 만들어져선 안 된다.

문제가 꼬이게 된 데는 새누리당의 책임도 있다. 특별법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운영의 일부를 법인에 위탁할 수 있고, 위탁받는 기관에 국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여야의 주장을 모호하게 절충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따라 뒤늦게 특별법의 상임위 상정을 거부했으나 야당과의 법안 거래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문 대표의 호남 구애(求愛) 비용을 세금으로 대주는 건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아시아전당#문재인#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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