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뺑소니 피의자 자수, 자살 계획? 아내의 설득에 결국…전말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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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월 30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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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크림빵 뺑소니 자수/YTN캡쳐화면, 동아일보DB
사진제공=크림빵 뺑소니 자수/YTN캡쳐화면, 동아일보DB
‘크림빵 뺑소니 자수’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 사건의 용의자가 자수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용의자는 경찰에 자수 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흥덕경찰서 박세호 서장은 30일 오전 언론브리핑에서 “피의자가 경찰 수사에 압박을 느껴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서장은 “전날 용의차량을 특정한 후 천안의 한 공업사에서 차량 부품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 카드사를 통해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용의자에게 연락을 취했었다”며 “당시 용의자의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허 씨는 카드사에서 전화가 오자 경찰이 자신을 쫓는다는 사실을 알고 수면제와 소주를 사 청주의 한 야산에 올라갔다. 휴대전화를 끈 채 한동안 고민하던 허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보다 경찰에 상황설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허 씨가 휴대전화 전원을 다시 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경찰에 이미 다 이야기를 했다. 자수하라”는 설득에 자수를 결정했다. 당시 아내는 경찰에 “아이가 2명이나 있는데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두렵다”며 남편을 함께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흥덕경찰서는 29일 오후 11시 8분경 회사원 허모 씨(37)가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 사건의 범인이라며 부인과 함께 경찰서를 직접 찾아와 자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서 쪽문으로 들어온 허 씨는 경찰관에게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 사건과 관련해 “내가 범인이다”라고 말하며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로 사실상 범행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허 씨는 왜 도주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람인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고 대답했다. 그는 경찰에 사람이 아닌 조형물이나 자루를 친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그는 소주 4병을 마신 만취 상태로 알려졌다.

또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과 관련해 이날 자수를 결심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는 질문에는 “죄 짓고는 못 삽니다”고 우회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내비쳤다. 양심의 가책 같은 거 안 느꼈냐는 질문엔 “안 느낄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 사건 피해자 아버지가 심경을 밝혔다. 그는 허 씨가 자수한데 대해 “가족이 너무나 고마워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잡히지 말고 자수하기를 신께 간절히 기도했다”며 “원망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그 사람도 한 가정의 가장일 텐데. 우리 애는 땅속에 있지만 그 사람은 이제 고통의 시작”이라고 오히려 용의자를 위로했다.

그러면서 “가족도 있을 텐데 그 사람은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거듭 말한 뒤 “정말 (자수를)잘 선택했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허 씨의 부인은 이날 오후 7시경 경찰에 전화를 걸어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 사건과 관련해 “남편이 사고를 낸 것 같다. 자수를 시키려고 하는데 도와 달라”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이 살고 있는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의 한 아파트에 출동했으나 허 씨는 이미 전날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가 뒤늦게 자수했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 사건은 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준비를 도우며 화물차 기사일을 하던 강모 씨(29)가 10일 크림빵을 가지고 귀가하던 중 뺑소니로 숨진 사건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 뺑소니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 공분을 샀다.

경찰은 허 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빠르면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사진제공=크림빵 뺑소니 자수/YTN캡쳐화면, 동아일보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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