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정상회담 만찬서 “쓰촨성 지진현장 가겠다”… 후진타오 깜짝 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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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회고록]
한중관계 격상 뒷얘기
건의했던 류우익, 후일 中대사로

“역사의 이치가 그렇게 되겠습니까?”

2012년 1월 10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원자바오 당시 총리가 북한과 관련해 남긴 말이다.

2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당시 원 총리는 “저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김정은)에 대해 잘 모른다”며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원 전 총리에게 “내년이면 우리 둘 다 은퇴합니다. (반면) 북한은 젊은 사람이 권력을 잡았습니다. 앞으로 50∼60년은 더 집권할 텐데 걱정”이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의 우려에 대한 원 전 총리의 답변이 바로 ‘역사의 이치’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중국 지도자가 북한의 장래를 두고 그리 오래 참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의미의 발언을 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적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한 ‘북한 붕괴론’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해석했다는 얘기다.

2008년 5월 30일 중국 쓰촨 성 지진 피해지역을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피해상황을 보니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 보였다”며 “서울에 있는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전화해 추가 지원을 지시했다”고 회고했다.
2008년 5월 30일 중국 쓰촨 성 지진 피해지역을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피해상황을 보니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 보였다”며 “서울에 있는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전화해 추가 지원을 지시했다”고 회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된 ‘사건’으로 자신이 중국 쓰촨 성 대지진 현장을 방문한 일을 꼽았다.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5월 중국 방문 당시 쓰촨 성 대지진 현장을 찾은 것은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당시 여진이 계속돼 안전상 우려가 있었지만 한중 관계를 실질적으로 격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류 실장의 건의를 적극 수용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 직후 열린 만찬에서 전격적으로 쓰촨 성 방문을 제안했다. “후진타오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만류했다”고 회고록은 적었다. 쓰촨 성 방문 일정은 그렇게 즉석에서 추진됐다. 후일 류 실장은 주중 대사에 임명됐다.

류 주중 대사는 2008년 10월 중국이 한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데 대해 중국 지도부에 고마움을 나타내자 중국 지도부는 “쓰촨 성 대지진 때 이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안아준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2010년 5월 28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원 전 총리에게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현장에서 발견한 어뢰 잔해 사진과 북한이 제작한 어뢰 설계도 사진을 보여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중국이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상회담#이명박#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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