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반려자? 남에겐 맹수일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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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월의 주제는 ‘배려’]<16>반려견과 외출, 기본을 지키자

기자는 15년 동안 검은색 닥스훈트 ‘유진’이를 키우고 있다. 처음 봤을 땐 낯설고 무섭기까지 했지만 한 지붕 아래서 살다보니 이젠 말썽꾸러기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유진이가 낯설 때가 있다.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다. 유진이는 어린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어린이들만 보면 사납게 짖었다. 목줄을 당기며 혼을 내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너희들보다 서열이 높아!’라며 위세를 과시하려는 듯했다. 산책을 하는 시간보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들에게, 아이의 어머니들에게 사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후 목줄을 최대한 짧게 잡고 멀리서 아이들이 보이면 일단 안아 올리는 방법으로 난감한 상황을 피했다. 기자에게는 가족이어도 남에게는 그저 사나운 짐승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견인들이 비애견인들을 무조건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태균 한국애견연맹 차장은 “애견과 외출할 때 목줄을 매고 배설물을 바로 치울 수 있는 배변 봉투를 들고 다니는 기초적인 배려가 곧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본이자 전부다”라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애견인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24일 오후 1시경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을 찾은 이성우 씨(37)는 얼굴을 붉혀야 했다. 목줄을 매지 않은 시추 한 마리가 달려들어 사납게 짖는 바람에 딸이 경기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 주인의 태도였다. 주인은 “이 개는 절대 사람을 물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씨가 “개가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해도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주민 김지현 씨(31·여)도 23일 하루 종일 심기가 불편했다. 출근하기 전 운동을 하기 위해 인근 양재천을 찾았다가 개의 배설물을 밟았다. 김 씨는 “평소에도 배설물 때문에 짜증이 났는데 하루 종일 찝찝한 기분이 들어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편의점이나 심지어 식당에도 애견의 이름을 불러가며 데리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개 주인들도 할 말은 있다. 애완견이 대접받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얌전히 지나가는 애견을 향해서도 발길질을 하려 들거나 주인을 비웃듯 혀를 차는 사례도 있다. 개를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행동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적으로 사육되는 반려견은 440여만 마리.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싫건 좋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선 우선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심야에 소리 내지 않기와 공공장소 출입 자제, 배변 봉투 휴대 등 크게 어렵지 않은 일들이다.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도 최소한 개를 ‘사람의 동반자’로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배려와 소통, 어렵지 않아요!

박성진 psjin@donga.com·김민 기자
#반려견#외출#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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