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국군포로 가족 또 승소…“국가가 3500만원 배상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5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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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늑장 대처로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일가의 남측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탈북했다 다시 북송돼 정치범수용소에서 숨진 국군포로 고 한만택 씨(사망 당시 77세)의 남측 유가족에게 15일 같은 법원이 일부 승소 판결한 것처럼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최정인 판사는 국군포로 이강산 씨(87)의 남측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씨는 1951년 입대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혀 납북됐다. 이 씨의 북한 가족 중 며느리와 손자 손녀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 톈진에 불법 체류를 하고 있었다. 2006년 이들은 선양 소재 한국영사관에 한국으로 귀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남측에 있는 이 씨의 동생들은 국방부 등을 통해 소식을 듣고 톈진으로 날아가 이들을 만났다.

이 씨 일가의 한국 송환을 돕던 남북이산가족협의회는 그해 8월경 이들이 잠시 머물 민박집을 마련했다. 이후 두 달 뒤 일가를 인계받은 한국 영사관 직원은 이들을 영사관 근처의 민박집에 투숙시켰다. 그런데 투숙 당일 다른 탈북자들이 선양 소재 미국 영사관에 진입한 사건이 발생해 중국 공안당국이 대대적인 검문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이 씨 일가 등도 적발됐다. 북한 국경 근처 단둥으로 보내진 이들은 잠시 억류됐다가 북송된 후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최 판사는 “이 씨의 가족이 중국에 불법 체류하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국가가 그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안이한 신병처리와 실효성 없는 외교적 대응을 했다”며 “이 씨의 북측 가족이 결국 북송되면서 남측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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