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6大 구멍’으로 줄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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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1] 지자체 예산 신청문서 위조… [2] 공무원-업자 부정부패 결탁
[3] 현장 상황 간과한 탁상행정… [4] 사업 타당성 대충대충 검증
[5] 남은돈 회수 않는 부실 관리… [6] 업자들 소득 축소신고-탈세

충북 청주시는 2011년 8월 흥덕구 휴암동 축구공원 건립사업 예산 32억 원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했다. 당시 첨부한 서류는 모두 가짜였다. 사업지를 급하게 바꾸면서 시간이 부족하자 과거 사업지인 현암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정투융자 심사결과서를 제출했고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환경평가 대상사업이 아니다’라고 조작한 서류를 냈다. 문체부는 그대로 예산을 승인하고 2012년 말 16억 원을 선지급했다. 2013년 감사원 감사 때 불법이 드러났지만 청주시는 서류를 보완하는 것으로 사태를 봉합했고, 이 공원은 현재 90% 정도 지어졌다. 최근 이 사업을 새로 맡은 공무원은 “지역숙원사업도 아닌데 무리하게 추진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라 가계부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면서 곳곳에서 재정이 줄줄 새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9일 국고 보조금을 지원받는 2031개 사업 중 지난해 기획재정부 감사원 국세청 등이 부정수급, 탈세, 탈루 등으로 적발한 사례 24건을 분석한 결과 △문서 위조 △부정부패 △탁상행정 △형식적인 타당성 검증 △부실 사후관리 △고소득자 탈루 등 ‘6대 구멍’을 통해 국가 재정이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가운데 가장 많은 9건이 공문서 위조로 보조금이 흘러나간 사례였다. 공공기관, 교육기관, 사업자 등이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당국은 알아채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농촌자원 복합 산업화 지원사업’ 추진 현황을 지방자치단체별로 조사한 결과 시와 군에서 가짜로 꾸민 서류를 걸러내지 못해 3개 기업에 10억8500만 원이 잘못 지급됐다. 이어 △보조금 지급 후 남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부실 사후관리(4건)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의 부정부패(3건) △대충대충 하는 사업 타당성 검증(3건) △독버섯처럼 번지는 소득축소신고(3건) △현장을 간과한 탁상행정(2건)이 나랏돈이 새는 주된 구멍으로 확인됐다.

취재팀이 재정전문가 20명에게 설문을 통해 ‘나랏돈이 낭비되는 원인을 모두 골라 달라’고 요청한 결과 공문서 위조를 적발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검증방식(10명), 부실한 사후관리체계(10명), 부실한 사전 타당성 검증체계(9명)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정 수급자를 강도 높게 처벌하고 지방재정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손영일 / 청주·강화=김준일 기자
#나랏돈#가계부#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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