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짜리 15일용 경기장… 서울 목동시설 쓰면 200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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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평창올림픽 준비 이상없나]<上>국내 분산개최 가정해보니

《 19일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2월 9∼25일)이 1117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평창 올림픽이 엄청난 적자와 함께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3년여밖에 남지 않은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방안을 2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

겨울 올림픽의 꽃은 아이스하키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전체 관중의 46.8%가 아이스하키 관중이었다.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이 세계 20위권 밖인 한국에 예외적으로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주기로 한 것도 그만큼 이 종목의 흥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그는 지난해 말 모나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한국 관계자들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강릉에 너무 큰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짓는 거 아닌가요?”

이 경기장의 수용 인원은 1만 명이다. 그런데 아이스하키가 인기 있는 나라에선 2만 명 이상인 경기장도 많다. 한국 관계자는 “파젤 회장의 말은 반어법이었다. 그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은 왜 인구가 20만 명밖에 안 되는 강릉에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짓느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1079억 원을 들여 짓는 이 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후 철거될 운명이라는 것이다. 철거에 건설비 못지않은 경비가 드는 걸 감안하면 2000억 원가량의 혈세를 써야만 한다.

○ 돈 아끼라는 IOC vs 돈 쓰겠다는 한국

15, 16일 제4차 프로젝트 리뷰를 위해 한국을 찾은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과 조양호 평창 조직위원장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평창 올림픽은 현재 계획된 장소에서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경기장 공사에 전력투구하면 개막 전까지 공사를 끝낼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린드베리 위원장은 여기에 조건을 하나 달았다. 그는 “경기장의 사후 활용에 대해 명확하게 조직위원회가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 올림픽에 필요한 경기장은 모두 13개다. 이 중 5곳은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고, 2곳은 보완하며, 6곳은 신설한다. 6곳의 신설 경기장은 사후 활용 방안을 찾기 힘들다. 강릉에 들어서는 4개의 경기장 가운데 사후 활용 방안이 결정된 곳은 생활체육시설로 바뀌는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장과 피겨-쇼트트랙 경기장뿐이다.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과 1311억 원을 들여 짓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대회 후 철거가 예정돼 있다. 가리왕산 환경 훼손 논란 속에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강원 정선 활강 경기장(소요 예산 1095억 원)도 대회 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859억 원을 들여 짓는 4만5000석의 개·폐회식장은 단 여섯 시간을 사용한 뒤 1만5000석만 남기고 철거된다. 생활체육시설로 쓰겠다는 두 곳의 경기장도 연간 30억∼5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사후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으면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IOC는 올림픽 유산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할 기회를 주고자 했으나 평창은 원안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 국내 분산 개최 적극 고려해야

지난해 말 IOC가 평창조직위에 제안했던 것은 썰매 경기가 열리는 슬라이딩센터의 해외 분산 개최였다. 1998년 겨울올림픽을 치른 일본 나가노가 유력 후보지였다. 또 최문순 지사 등 일부 정치인은 일부 스키 종목을 북한과 공동 개최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 정서상 이 같은 안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피겨-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일부 스키 종목 등은 국내 다른 도시에서 분산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아이스하키의 경우 서울 목동아이스링크를 개조하면 현재 건설비용의 5분의 1 수준의 돈만 쓰면 된다. 외국에서는 체조나 펜싱 경기장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경 파괴 논란을 빚고 있는 강원 정선의 활강 경기장도 전북 무주에서 치를 수 있다. 1997년 겨울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른 무주리조트는 국제규격의 활강 코스를 갖추고 있어 조금만 손을 보면 된다. 유성철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 사무국장은 “분산 개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가능한 대안이 있다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면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고 공기(工期)도 훨씬 앞당겨 그만큼 철저한 대회 준비를 할 수 있다.

○ 평창 올림픽은 대한민국의 것이다

분산 개최에 대해 강원도는 반대한다. “지금 상황에서 분산 개최는 올림픽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모든 경기장을 이미 착공했고, 10% 넘는 공정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해놓은 것인데 이득은 다른 사람들이 본단 말인가” 등등의 논리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은 나랏돈이 12조 원 넘게 드는 국가 중대사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강원도 등 지방정부도 7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대야 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모두 사심을 내려놓고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IOC가 당초 분산 개최 여부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시간은 올해 3월이다.

이헌재 uni@donga.com / 강릉=김동욱·주애진 기자
#평창올림픽#평창 겨울올림픽#분산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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