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동석(同席)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문 위원장이 물을 만난 고기처럼 활발한 입담으로 흥을 돋웠다면 김 대표는 신중한 표정으로 말을 아끼는 표정이었다.
문 위원장은 이날 신년회에서 건배사를 하며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정상급인데 저만 비정상 대책위원회 위원장 자격(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이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당 상황을 두고)으로 와서 송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894년에 ‘갑오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거리다 병신이 되면 못 가리’ 노래가 있었다. 을지문덕의 지혜와 용기로 미생을 구하는 을미년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 것을 받아 “잘못했다 병신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태산”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분명한 건 갑(甲)은 가고 을(乙)은 왔다는 것(갑오년을 지내고 을미년이 된 것을 비유)”이라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를 잡은 김무성 대표가 “존경하는 문 위원장님 복 두 배로 더 받으시길 바란다”고 한 데 대해서는 “배가 그렇지 않아도 많이 나와 있는데 ‘복복이’가 되는 심정”이라는 자학개그를 해 웃음을 자아냈다. “2014년도 국회가 잘 운영된 것은 완벽하게 문 위원장 공”이라는 김 대표의 덕담에도 “여당이 이렇게 칭찬해 주는 야당은 야당성을 상실한 거죠”라는 유머로 대꾸했다. 웃고 있던 박 대통령도 “서로가 상생하는 것”이라고 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한 셈.
반면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간단한 덕담을 나눈 것 외에는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선 승리 2주년에 박 대통령이 일부 친박계 의원들만 초청해 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고, 당내에서 김 대표를 향한 성토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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