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면 쉴 틈 없이 학원 뺑뺑이… 공부에 찌든 초등생 “사는 게 힘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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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어린이재단 5∼6학년 조사
설문 응답 93%가 사교육 받아… 일주일 평균 42.2시간 공부
“시험-숙제-학원 줄이면 행복할 것”

‘쉬는 시간 없이 공부, 일주일 정도 놀지 않고 집에서 공부만 하기, 노는 것 포기, 2박 3일 동안 잠 안 자기, 카페인 음료 마시기, 하루 동안 밥 안 먹기, 친구들과의 약속 깨뜨리기….’

수험생 얘기가 아니다. 서울과 충북 충주의 초등학교 5, 6학년생 110명을 대상으로 ‘나는 공부를 위해 ( )까지 해봤다’의 괄호를 주관식으로 채우라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나왔다. 설문조사를 담은 연구보고서의 제목은 ‘공부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우리들’. 실제로 공부 때문에 불행한 적이 있다는 초등 5, 6학년생 ‘어린이 연구원’ 5명이 모여 약 9개월간 만든 결과물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난해부터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초등학생들을 선발해 연구원으로 위촉하고,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대한민국 아동을 말한다’. 총 23명이 5개 모둠으로 나뉘어 주제를 정하고 연구했다.

공부 때문에 불행한 어린이를 연구한 팀은 4모둠. 박경주 양(12·서울사범대학부설초교 6)을 포함해 5명이 참여했다. 박 양은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너무 많이 시키다 보니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연구 주제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들 중 92.7%는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일주일에 평균 공부시간은 42.2시간. 자유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25.3시간으로, 하루 3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주요 원인은 뭘까. 주관식 응답은 이랬다.

“평일에도 힘들게 공부하는데, 주말에도 학원에서 공부를 하니 짜증이 나고 피곤하다.” “수면시간이 부족하고, 잠을 깊게 자지 못한다.” “시험 결과가 안 좋을 때 부모님께 꾸중을 들을까 봐 겁나고 불안하다.”

학생들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응답한 내용은 비슷했다. “원하는 것을 하는 것” “충분한 여가와 휴식” “친구, 가족과의 대화량을 늘리는 것” 등이었다.

이를 토대로 어린이 연구원들이 제시한 ‘어린이들이 행복해지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험을 줄인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1년에 5∼10회의 시험을 치른다. 이를 학기당 한 번으로 줄이자. 둘째, 경시대회는 학교나 부모님의 강압에 의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나가도록 한다. 셋째, 숙제를 줄이자. 넷째, 어린이들이 원하지 않는 학원, 즉 선행학습 위주의 학원은 없애자. 아울러 부모님이 강제로 학원에 다니게 하지 말고, 어린이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자.

보고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다. “우리 어린이들도 친구들 간에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마음을 없애고, 서로 격려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초등학생#학원#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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