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對北공조, 한중 對日공조 모두 난기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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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 정세 출렁/中-日 밀착과 한국]

북한이 8일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의 방북과 억류 미국인 석방을 허용한 것은 9월 이후 지속한 외교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강석주 당 비서와 이수용 외무상을 내세운 ‘인권’과 ‘경협’ 외교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주변국 외교로 눈을 돌린 결과가 한국 대외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 북, 일→한→미 순으로 대화상대 옮겨

북한은 먼저 일본에 집중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9월 말에 북-일 납북자 문제 1차 교섭 결과물이 나왔어야 했지만 납북자 범위와 재조사 방법 등의 문제로 협상이 벽에 부딪치자 남북관계 개선 카드를 꺼냈다. 10월 4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황병서 3인방’이 등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일주일 만에 경기 연천군에서 총격을 가하며 대북 전단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자 남북 관계는 급랭했다. 지난달 30일로 제안했던 2차 남북 고위급접촉도 무산됐다. 결국 남북 관계에서도 돌파구를 만들지 못한 북한은 북-미 관계로 다시 방향을 돌렸고, 억류 미국인 석방으로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한국과의) 사전협의에서 누차 강조한 것은 (클래퍼 국장의 방북이) 인도주의적 목적이며 미국의 대북정책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데도 미국 설명에만 안주한다면 ‘외교적 고립’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한국, 북-미-중-일-러 모두에 주도권 상실


미국은 이번 교섭에서 누가 방북하는지, 구체적인 석방조건은 무엇인지 한국에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11월 중간선거로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뺏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정국 주도권 회복이 절실한 만큼 북-미 관계에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북-미가 속도를 내도 당국 간 채널이 끊긴 한국은 북한에 쓸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이르면 이달 말 방북을 앞둔 이희호 여사가 유일한 끈이다.

북-러 관계도 상승세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국방부장관에 해당)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고 9일 보도했다. 드미트리 야조프 전 소련 국방장관의 90세 생일 축하차 방문한 현 부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인사를 전했고 푸틴 대통령은 감사를 표시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중일이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한 것도 한국에 숙제를 던졌다. 불편한 중일 관계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 하여금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고 방공식별구역(ADIZ) 문제에서 한국 의견만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중일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크게 낮아진다. 최근 불거진 독도 입도지원시설 공사 중단처럼 잡음을 일으킬 게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를 좀 더 전략적으로 활용했어야 한다는 비판론이 나오는 이유다. 한일은 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내년 국교 수립 50주년 공동행사 개최 등 산적한 과제를 두고도 접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북한이 핵 문제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는 한 북-미 접촉이 급진전되긴 어려워 한국이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주변국이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현상 유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윤완준 기자
#북한#미국#중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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