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대신 떡볶이로… 싱가포르 홀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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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유통公 ‘코리아 푸드 페어’ 성황
현지 명품거리서 주먹밥-치맥까지… 이틀간 4만6000명 “좋아요 K푸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코리아 푸드 페어 2014’ 행사가 1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오처드 거리의 ‘니안 시티’ 쇼핑몰 앞 광장에서 열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코리아 푸드 페어 2014’ 행사가 1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오처드 거리의 ‘니안 시티’ 쇼핑몰 앞 광장에서 열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1일 오전 10시 반경 싱가포르 오처드 거리의 ‘니안 시티’ 쇼핑몰 앞 광장.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매장이 늘어선 싱가포르 최고의 명품 거리에서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 떡볶이를 맛보는 사람들, 김치와 밥, 김 등으로 버무린 주먹밥과 버섯전을 맛보기 위해 긴 줄을 선 사람들로 광장은 붐볐다. 소주를 마시거나 한국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유명해진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1,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하는 ‘코리아 푸드 페어 2014’ 행사장에 들른 싱가포르 현지인들은 한국 음식이 크게 낯설지 않는 듯했다. 4년여 전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이 싱가포르 내에 퍼진 데 이어 ‘K푸드’도 본격적으로 한류 신드롬에 합류한 모습이었다.

데이비드 소 씨(50)는 “4년 전만해도 한국 음식점에 아무도 안 들어갔는데 지금은 어딜 가도 한국 음식점이 있다”고 말했다. 인구가 550만 명밖에 안 되는 싱가포르지만 한국 음식점은 200곳이 넘는다. 이제는 식당을 넘어 한국 식품과 식재료까지 곳곳에 들어와 있다. 대형 유통업체인 페어 프라이스의 홍보담당자 앤디 창 씨(36)는 “이제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에 나오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단계는 지났다. 한국 식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장에서 만난 조 셉탄 씨(50)도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집에서 밥하고 김치를 먹는다”며 “불고기 정도는 양념을 사서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15개 신선식품 및 식음료 업체가 참가했다. 행사에는 4만6000명이 넘는 현지인이 다녀갔으며 5개 수출업체가 77만 달러 상당(8억3000만 원)의 현장 계약을 체결했다. 식품업체들은 싱가포르를 시험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 비록 작은 시장이지만 여러 동남아 국가가 인접해 있고 아시아 금융허브로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제과 제품을 만드는 ‘서클푸드’의 박종호 대표(39)는 “싱가포르에서 제품이 자리를 잡으면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완 삼육 해외사업팀장(46)은 “여기서 제품을 맛보고 다른 국가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현지 업체들의 관심도 뜨겁다. 싱가포르 대형 마트 7개, 슈퍼 120개, 편의점 150개의 유통망을 갖고 있는 페어 프라이스는 매년 ‘코리안 푸드 페어’를 열고 있다. 무역회사 ‘지타’의 대니얼 탕 매니저(49)는 “싱가포르인들이 일본은 몇 년간 방사능 오염 문제로, 대만은 최근 부정 식용유 사용 등의 문제로 이들 국가의 먹거리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류 문화와 더불어 한식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김성모 기자 mo@donga.com
#떡볶이#싱가포르#코리아 푸드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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