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병원서 포기한 100세 노인, 한국서 새 생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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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비씨 심장치료-전립샘 수술 성공

서울성모병원에서 심장과 전립샘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아랍에미리트의 힐랄 알자비 씨(오른쪽).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에서 심장과 전립샘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아랍에미리트의 힐랄 알자비 씨(오른쪽). 서울성모병원 제공
100세 중동 노인이 우리나라 병원에서 심장과 전립샘 치료를 받은 뒤 건강을 회복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온 어부 힐랄 알자비 씨의 심장 치료와 전립샘 비대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3일 밝혔다. 병원 측은 ‘초고령’으로 분류되는 100세 외국인이 국내 병원을 찾아 치료에 성공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알자비 씨는 평소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으로 불릴 정도로 심부전증, 대동맥 판막질환, 고혈압, 전립샘 비대증 등 각종 질환에 시달려 왔다.

최근 대동맥 판막질환이 더 심해진 알자비 씨는 결국 아랍에미리트 병원에서 “너무 고령이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대신 이 병원에서 소개해준 곳이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개복 없이 풍선을 허벅지 혈관으로 넣은 뒤 좁은 심장 판막을 넓히는 시술)로 이름 높은 서울성모병원이었다.

지난달 16일 이 병원에 입원한 알자비 씨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굳이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장기육 순환기내과 교수는 “알자비 씨의 심장판막이 두껍고 석회화가 진행됐지만 약물과 재활치료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진짜 문제는 심장이 아닌 남성 기관인 전립샘에 있었다. 전립샘 크기가 일반인(약 20g)보다 70%나 더 큰 35.7g에 달했다. 가만히 놔두면 소변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립샘을 레이저로 절개한 알자비 씨는 “이젠 오줌 누는 게 두렵지 않다”며 기뻐했다.

이지연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는 “알자비 씨가 100세 노인이라 걱정이 됐었다”며 “하지만 치료가 잘 진행돼 우리 의료 시스템의 강점을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아랍에미리트#힐랄 알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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