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애’냐 ‘불륜’이냐, 코엘류 신작 소설 제목 결국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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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소설의 한국어판 제목을 ‘불륜’으로 고집한 작가 파울루 코엘류. 그는 원제를 에둘러 표현하기보다는 직설적인 제목을 원했다고 한다. 코엘류는 “책이 나왔으니 독자들이 책을 읽고 직접 판단해 달라”고 했다. 문학동네 제공
신작 소설의 한국어판 제목을 ‘불륜’으로 고집한 작가 파울루 코엘류. 그는 원제를 에둘러 표현하기보다는 직설적인 제목을 원했다고 한다. 코엘류는 “책이 나왔으니 독자들이 책을 읽고 직접 판단해 달라”고 했다. 문학동네 제공
‘밀애’인가 ‘불륜’인가.

파울루 코엘류의 신작 소설이 ‘불륜’(문학동네·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출간됐다. 30대 여기자 린다의 위기를 그린 이 소설은 올 초 브라질에서 ‘Adult´erio(영어로 adultery)’라는 제목으로 처음 선보였다.

당초 문학동네는 불륜, 간통이라는 원제 대신 한국 정서를 고려해 보다 ‘부드러운’ 제목인 ‘밀애’가 좋겠다고 작가에게 제안했다. 932만 명의 팔로어가 따르는 ‘파워 트위터리안’ 코엘류는 지난달 말 자신의 트위터에 신작 소설의 제목과 관련해 한국 독자의 의견을 물었다. ‘한국 출판사에서 불륜이라는 제목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이 줄줄이 달렸다. ‘불륜은 직설적이긴 하지만 굳이 다른 제목으로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불륜은 특히 한국 드라마의 공통 주제다’ ‘불륜이라고 제목을 달면 잘 팔리지는 않을 거다’…. 여러 의견을 접한 뒤 코엘류는 말했다. “뭐 어때요? 이건 제가 정한 제목입니다. 제 책입니다. 위험을 감수하겠습니다. 항상 말씀드리잖아요. 위험을 감수하자고.” 작가는 이달 초 자신의 트위터에 “소프트 버전 ‘밀애’가 아니라 원제 ‘불륜’을 지켜준 출판사에 고맙다”면서 감사 인사도 전했다.

외국 소설의 번역 제목을 정할 때 기본원칙은 원제의 뜻을 해치지 않는 것이라고 출판사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원제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번역하면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가 전해지지 않을 때 제목을 바꾸기도 한다.

10대 소녀의 성적 판타지를 그린 미국 소설 ‘The end of everything’은 최근 국내에서 ‘순수의 끝’(곰)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출판사는 원제대로 ‘모든 것의 끝’부터 ‘엘렉트라 콤플렉스’ ‘블러디 머더’ 등을 후보로 검토했으나 순수했던 소녀가 타락하기 직전 과도기적 시기를 겪는다는 소설 내용과 판매를 고려해 ‘순수의 끝’으로 결정했다.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에세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다산책방)는 원제가 ‘Level of Life’였지만 난해하다는 이유로 새로운 제목을 채택했다.

영미권에서는 지역별 상황에 맞게 번역판 제목을 정하도록 하지만 일본 출판사와 저자들은 대체로 제목 변경에 까다로운 편이라고 한다. 시바 료타로의 대하소설 ‘나라 훔친 이야기’(창해)는 한국 출판사 측에서 ‘나라 훔친 도둑’이라고 제목을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일본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작가 사후 저작권을 관리하는 작가의 아내가 ‘도둑’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원제를 그대로 쓸 것을 주문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파울루코엘류#신간#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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