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생일 축하해요” 선상파티 몇시간 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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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사고 당일 생일 김초원 교사 실종 소식에 아이들 흐느껴
최혜정 교사는 숨진채 발견, 부친 “믿음직한 딸이었는데…”

“배 위에서 반 아이들 다 함께 모여 생일파티를 했는데, 정작 담임선생님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가 않아요. 어떡해요….” 진도 여객선 침몰 현장에서 구조된 박모 양(17)은 17일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3반 제자들과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담임 김초원 교사(26·여)의 실종 소식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 교사는 사고 당일인 16일이 생일이었다. 3반 학생 30여 명은 미리 색종이에 선생님에게 전하는 글들을 담아 14일 전달했다. 학생들은 메모지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난 건 운명인 것 같아요. 배 위에서 생일을 보내는 건 참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생일을 축하했다. 15일 밤 출항한 뒤 학생들은 김 교사를 불러 16일 0시경 생일 파티를 했다. 미리 준비한 떡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축가를 부른 뒤 단체사진도 찍었다. 중학교 교사를 하다 올해 단원고에 부임해 처음 맡은 담임이었다. 학생들과 격의 없이 지낸 김 교사를 학생들은 많이 따랐다.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3반의 또 다른 박모 양(17)은 “학기 초반에 힘들어하면서도, 저희들이 고민을 상담하면 함께 울어주던 눈물 많은 샘(선생님)이었다. 저희 엄마한테 전화해 ‘수학여행 못 가서 마음이 아플 텐테, ○○이를 잘 챙겨주세요’라고 부탁했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양모 양(17)은 “아이들이 따로 준비한 액세서리를 드리자 선생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에게 항상 존댓말을 썼다. 제발 살아 돌아오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화학 수업을 정말 재밌게 잘하셨다.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인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숨진 채 발견된 최혜정 교사(24·여)는 동국대 사범대 재학 중 교사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졸업과 함께 본가가 있는 안산 단원고에 부임했다. 한때 공군장교를 꿈꿨을 정도로 매사에 활기차고 싹싹했다고 동료교사들은 전했다. 최 교사의 아버지 최재규 씨(54)는 “사범대를 수석 졸업할 정도로 똑똑하고 정이 많아 학생들도 많이 따랐다”며 “담임을 맡아 늦게 퇴근해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던 믿음직한 딸이었다”고 말했다.

안산=남경현 bibulus@donga.com   

김성모·홍정수 기자

#단원고#여객선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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