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감”이라던 日 만능세포 거짓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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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학硏 “세포 이미지 조작 판명”… 연구책임자 “논문 철회” 사죄 성명
30세 女과학자 신화 결국 파국

‘제3의 만능세포’ 연구를 주도해 일본 과학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30세 여성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씨. 젊은 나이에 일본 기초과학의 최고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연구주임을 맡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 신화는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적인 만능세포로 평가받는 ‘STAP(자극야기 다능성 획득) 세포’ 논란에 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소속 연구진이 주도해 1월 30일자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한 STAP 세포 논문은 “작성 과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 매우 유감이다. 조사를 더 진행해 부정(不正)이 인정되면 엄정히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논문에 사용된 복수의 이미지가 연구를 주도한 오보카타 연구주임의 3년 전 박사학위 논문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털어놓았다. 데이터 중복 사용이 고의적인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논문은 약산성 용액에 담그기만 하면 신체의 여러 조직이 되는 만능세포인 STAP 세포를 만드는 쥐 실험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보카타 주임과 공동 연구자들도 이날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맞춰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을 철회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사죄 성명도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핵심 연구자들이 철회를 결정하면서 한때 생명과학의 상식을 뒤집는 혁신적인 업적으로 평가받은 연구 성과는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일부 공동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만능세포를 만든 것이 사실이라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오보카타 주임은 이와는 별도로 자신의 박사 논문 일부가 미국 국립보건원(NIH) 웹사이트 내용과 거의 같고 참고문헌 리스트도 대만의 한 연구자 논문 리스트와 일치한다는 지적이 최근 제기되면서 표절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오보카타 주임은 일본 와세다대 이공학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 박사 학위를 딴 ‘무명’의 젊은 여성 과학자다. 하지만 1월 말 STAP 세포 논문이 네이처에 게재되면서 단번에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다. 일본 정부는 STAP 세포를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연구 지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신데렐라’ 탄생 기대감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곧 ‘오보카타 주임의 논문 데이터가 이상하다’는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공동 연구자 중에서도 “논문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결국 이화학연구소는 네이처 게재 후 약 열흘이 지난 2월 13, 14일 오보카타 주임을 상대로 직접 조사했다. 결국 이날 사실상 ‘조작’ 판정을 내렸다.

오보카타 주임은 이화학연구소 조사 과정에서 “논문에 틀린 점이 있었다. 반성하고 있다”며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 과학계의 신데렐라가 자정이 지나 마법에서 깨어나는 것을 본 일본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화학연구소#오보카타 하루코#논문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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