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힘 뺀 ‘소녀시대’ vs 한껏 힘 준 ‘2NE1’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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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미니 - 정규앨범 들고 컴백

‘미스터 미스터’ 뮤직비디오 속 ‘소녀시대’(위쪽)는 10∼30대 여성이 우러러보며 닮고자 하는 인형 역할에 여전히 충실한 반면 ‘2NE1’은 ‘내가 제일 잘나가’고 싶지만 뒤에선 ‘아파’하는, 강하면서 여린 여성들의 분신같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롤 모델.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스터 미스터’ 뮤직비디오 속 ‘소녀시대’(위쪽)는 10∼30대 여성이 우러러보며 닮고자 하는 인형 역할에 여전히 충실한 반면 ‘2NE1’은 ‘내가 제일 잘나가’고 싶지만 뒤에선 ‘아파’하는, 강하면서 여린 여성들의 분신같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롤 모델.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여성그룹의 공연장에는 공히 여성 팬이 더 많이 몰려든다.

‘너 때문에 내 마음은 갑옷 입’(‘훗’)은 9인조 여성그룹 소녀시대가 런웨이를 차례로 밟는 완벽한 모델 같다면, ‘오늘 이후로 난 남자 울리는 배드 걸’(‘아이 돈트 케어’)인 4인조 2NE1은 록 밴드처럼 보인다. 연인의 부정을 목격했다고 해도 두 그룹 멤버들의 반응은 좀 다를 것 같다. 도도함에도 여러 결이 있다.

두 그룹이 동시에 컴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녀시대가 24일 1년 2개월 만의 음반인 네 번째 미니 앨범 ‘미스터 미스터’(6곡 수록)를 냈고, 27일엔 2NE1이 4년 만의 정규 음반인 2집 ‘크러시’(10곡 수록)를 발매했다.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풀린 소녀시대의 신곡 ‘미스터 미스터’(작사 조윤경 김희정, 작곡 및 편곡 언더독스) 뮤직비디오는 딱 이틀 만에 조회수 350만 건을 넘겼다.(2일 오후 현재) 레이디가가의 곡을 연상시키는 중독적인 전자음이 이끄는 ‘미스터 미스터’는 지난해 발표한 정신없는 구성의 ‘아이 갓 어 보이’에 비해 간결하고 명징하며 세련된 화성과 멜로디를 앞세웠다. 소녀시대답다.

2NE1의 대표 신곡 ‘컴 백 홈’(작사 테디, 작곡 및 편곡 테디 PK 디피)은 그간 선보인 레게, 힙합, 트랩(잘게 쪼갠 드럼 하이햇 리듬이 특징적인 음악장르)의 요소를 늘어놓은 뒤 특유의 코드 네 개짜리 록 같은 후렴구를 장착했다. 2NE1답다.

3월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먼저 접한 ‘컴 백 홈’ 안무에는 ‘동명이곡’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에 대한 헌정도 담겨 있었다.

‘유로파’를 비롯한 세련된 곡을 다수 포진시킨 소녀시대의 앨범의 완성도가 적당히 고르다면, 2NE1의 음반은 피곤할 정도로 촘촘한 특유의 전자음의 향연 속에서도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적절한 호흡과 긴장감을 유지한다.

대중음악평론가들은 앨범에 대해서는 2NE1에 무게를 더 실어줬다.<표 참조> 김윤하 평론가는 “소녀시대는 ‘아이 갓 어 보이’ 이후 몸에 잔뜩 들어갔던 힘을 빼고 쉬어가는 징검다리 같은 선택을 한 반면, 2NE1은 자신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집대성한 필살기 같은 앨범을 갖고 돌아왔다”고 했다. 강일권 평론가도 “R&B, 힙합,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세련되게 조화를 이룬 앨범”이라고 2NE1의 앨범을 평가했고, 이대화 평론가는 “느린 곡들의 서정성과 멜로디도 여느 발라드 가수들 못잖게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반면 김봉현 평론가는 “해외 작곡가들과의 긴밀한 협력하에 창조한 훌륭한 사운드, 익숙하지만 진부하다고 말하기 힘든 멜로디”를 꼽으며 소녀시대의 손을 들어줬다.

타이틀곡 ‘미스터 미스터’와 ‘컴 백 홈’은 백중세를 이뤘다. 차우진 평론가는 “SM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비즈니스를 풀어내는 대기업 같다면, YG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진입 중인 벤처기업처럼 보이는데, 두 곡의 차이는 이런 서로 다른 비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듯하다”면서 “소녀시대는 여전히 팬덤과 그 바깥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핵심을 놓치는 모양새”라고 했다. 두 ‘롤 모델’은 음원 차트 10위권 내에서 여전히 경쟁 중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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