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탱탱 한국인 vs 푸석 베트남인, 400명 볼 당겨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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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피부은행’ 통해 본 아시아 7개국 비교

아시아 7개국 남녀 피부 비교

“왜 동양인들은 서양인에 비해 어려 보이나요? 화장이나 포토샵 때문인 줄 알았는데, 꾸미지 않은 피부를 봐도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더군요.”

야후를 비롯한 해외 웹사이트와 외국인들의 블로그에는 동양인들의 ‘동안(童顔) 비결’을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일각에는 동양인의 피부 층이 서양인보다 두껍기 때문에 주름이 덜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같은 동양인끼리는 피부 특성이 비슷할까.

아니다. 같은 동양인이고 인접한 나라에 산다고 해도 국가마다 사람들의 피부는 차이가 크다. 피부는 인종이나 성별뿐 아니라 기후나 환경, 관리습관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동양인의 피부는 국가별로 어떻게 다를까. 보건복지부는 전 세계 사람들의 피부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을 통해 ‘국가별 피부특성은행’을 만들었다. 국가별 피부특성은행에는 아시아 7개국 사람들의 피부 정보가 저장돼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를 연구했다. 올해는 대만 몽골 카자흐스탄 등 3개국 사람들의 피부 특성을 조사하고 내년부터는 유럽과 중남미, 중동으로 연구 범위를 넓힌다.

연구진은 각 나라에 5년 이상 체류한 20∼59세 현지인 남녀 400명을 연령, 성별로 정확하게 같은 비율로 맞춰서 비교 조사했다.
눈가 주름 적은 한국인과 중국인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지, 늙어 보이는지를 가장 뚜렷이 보여주는 지표는 얼굴의 주름이다. 연구진은 기기를 이용해 각 나라 사람들의 한쪽 눈꼬리의 주름을 측정해 특수한 측정값을 산출했다. 이 측정값은 개인별 주름을 비교할 수 있는 수치로, 낮을수록 주름이 적음을 의미한다.

측정 결과 중국(17.92)과 한국(17.97)에 사는 사람들의 주름이 가장 적었다. 주름이 가장 많은 사람은 인도네시아인(19.55)과 인도인(19.54)이었다.

사실 주름은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생긴다. 대개 피부의 노화는 20대부터 시작된다. 피지샘의 활동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눈 주위의 근육과 피부가 탄력을 잃으면서 눈가 주름이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눈 아래가 불룩해지고 깊은 주름이 생기기도 한다. 눈 주위의 변화는 얼굴 노화의 첫 번째 징후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영향을 주는 것이 자외선이다. 피부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내인성(內因性) 노화’와 햇볕으로 인한 ‘광(光)노화’로 나뉜다. 적도와 가까운 곳에 살수록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는데, 주름이 생기며 뺨이 처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노화는 자외선 노출을 피하면 예방할 수 있다. 오갑성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자외선이 강한 곳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면 광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며 “주름방지용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어느 정도 주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피부를 관리하는 사람은 주름이 덜 생기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이 피부 측정과 별도로 화장품 사용 실태 조사를 한 결과 평소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비율이 인도 남녀는 각각 18.5%와 28%, 인도네시아 남녀는 각각 11%, 25.5%로 낮았다. 반면에 중국 남녀는 각각 18%와 59%가, 한국 남녀는 각각 56.7%와 93.5%가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했다.
베트남인은 피부 탄력 낮아

주름 못지않게 피부 노화에 중요한 요소는 탄력이다. 피부가 탱탱하지 못하고 축 처져 있다면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 보일 수밖에 없다. 다른 피부 부위는 외부의 영향을 받을 일이 적지만 얼굴 피부는 주름이나 탄력에서 주변 환경과 관리습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연구진은 장비를 이용해 사람들의 피부를 잡아당겼다가 다시 복원되는 정도를 세 차례 측정했다. 측정값은 1에 가까울수록 탄력이 높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뺨의 탄력이 가장 높았다. 세 번 측정해서 나온 최솟값과 최댓값의 범위는 한국이 0.28∼0.6, 중국이 0.28∼0.62였다. 반면에 베트남은 0.26∼0.57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았다.

피부의 탄력에는 피부의 두께뿐 아니라 각질층의 수분 함량, 진피층의 섬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피부 탄력도 자외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적도에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효정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노화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인자가 자외선”이라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수록 노화가 덜 진행되고, 피부 탄력이 떨어진다거나 주름이 생기는 등의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 발생한다”고 말했다.

자외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한국인과 중국인은 기초화장품도 많이 바르는 경향이 있다. 전반적으로 피부 관리를 더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사용하는 기초화장품의 평균 개수는 한국의 남녀가 각각 2개와 4개, 중국의 남녀는 각각 1.4개와 2.2개로 한국이 가장 많았다. 반면 인도의 남녀는 각각 평균 1.1개와 1.3개, 인도네시아 남녀는 각각 1.1개와 1.2개, 베트남 남녀는 각각 1.3개와 1.4개로 훨씬 적게 사용했다.
인도인은 피부 수분량 적어

노화는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탄성을 잃고 주름이 나타나는 식으로 진행된다. 건조한 피부 역시 노화와 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렇다면 피부가 가장 건조한 나라는 어디일까.

피부의 보습은 피부 표면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각질층의 수분 함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가 건조한지 습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은 특수 기기를 이용해 피부의 수분량 측정값을 산출했다. 값이 클수록 수분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부의 수분량이 가장 적은 사람들은 인도인이었다.

뺨의 수분량은 인도(45.07)가 가장 낮았고 인도네시아(64.02)가 가장 높았다. 한국은 여름(62.39)엔 가장 높았지만 겨울(54.98)엔 중간 수준이었다.

이마의 수분량도 인도(45.66)가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곳은 베트남(63.16). 한국인은 여름(64.79)에는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겨울(55.77)엔 중간 수준이었다. 수분량은 생활습관뿐 아니라 기후와 습도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습도가 높은 국가라고 해서 국민의 피부 수분량이 높은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습도가 높은 나라지만 평균 수분량이 이마가 54.02, 뺨이 56.13 정도였다. 김 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는 습도가 높은 나라에서 피부 수분량이 올라가는 특성이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 이유에 대해 추가 분석을 하고 있다.


피부에 신경 많이 쓰는 한국인


한국인의 피부가 대체로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자외선 차단제와 기초화장품 등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왜 피부 관리를 열심히 할까. 나라별로 화장품의 소비 행태에는 문화와 소득 수준, 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문 연구위원은 “더운 지역의 사람들은 계속 땀이 나기 때문에 화장품을 발라도 별 의미가 없어서 바르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사용하는 화장품 개수가 적다”고 말했다.

화장품 사용은 구매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 수준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김 수석연구원은 “같은 중국이라도 베이징이나 상하이 사람들의 미용 관심도가 높다”며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태국 등의 화장품산업이 앞서 있고 피부 미용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경제 발전이 더딘 국가는 화장품 시장이 덜 발달한 경향이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화장품 소비 계층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산 화장품의 수출도 늘고 있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산 화장품의 수출이 증가한 비율(전년 대비)은 러시아(108.7%) 카자흐스탄(94.4%) 인도(59.7%) 홍콩(47.3%) 필리핀(42%) 태국(16%) 말레이시아(13.7%) 순이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피부은행#복지부#피부 나이#동안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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