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된 작업장일수록 언어폭력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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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배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 93% “폭언 들어봤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폭언이 반복되는 상황은 농장, 배처럼 격리된 작업장에서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대응할 동료가 적고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0월 펴낸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축산업 종사 외국인 근로자 161명 가운데 75.8%가 욕설이나 폭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91.0%가 고용주나 관리자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네팔인 A 씨(31)는 “경기 안산의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다 농장으로 옮겼는데 이곳 사람들이 공장 사람들보다 내게 욕을 더 많이 한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별로 없다 보니 더 쉽게 욕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소규모 인원으로 배 위에서 조업을 해야 하는 외국인 선원의 실태는 더 심각하다. 인권위가 2012년 10월 펴낸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외국인 선원 169명 가운데 93.5%가 폭언을 들어봤다고 했다.

이들 사업장은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 있어 외국인 근로자가 숙박과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고용주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갑을 관계로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고용주는 고용주대로 ‘먹여 주고 재워 주는데 어디서…’라고 생각하고 외국인 근로자는 저항하기 힘든 구조다.

경기도에서 근로자 10명 규모의 가축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장의 대표는 “어차피 먹고 자는 비용을 다 대주고 꼬박꼬박 월급까지 주는데 바쁠 때 말 한마디 험하게 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언어폭력#외국인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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