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전쟁과 경영]최고의 방어시설 江… 안주하다간 ‘스스로 판 무덤’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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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절대 무적’이라는 자만심
주변 상황 광속으로 변하는데… ‘江’만 지키려는 생각으로는 必敗

나폴레옹의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강을 건너야 할 순간에 건너지 못하면 엄청난 피를 흘리게 된다.” 그만큼 강은 모든 전쟁에서 공격군 지휘관들에게는 골칫덩이로 여겨진다. 반면 방어하는 측에서는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시야가 트여 있다. 여울목이나 다리를 이용하면 적은 거의 한두 줄로 전진해야 한다. 만약 군대의 규모가 크다면 전체가 배나 뗏목을 이용할 수도 없어 한 번에 20∼30명, 많아야 100명씩 병력을 분산해 도강해야 하는데, 이건 다리로 건너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천하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최악의 고민을 안겨준 곳도 강이었다. 알렉산드로스의 마지막 목표는 인도 원정이었다. 기원전 326년, 지금의 파키스탄 지역을 지나 북부 인도 지역에 도달했을 때 포루스라는 인도의 왕이 알렉산드로스를 막아섰다. 포루스는 히다스페스라는 인더스 강의 지류를 방어선으로 선택했다.

강은 폭이 800m나 되고 수심이 깊었다. 원래 마케도니아군은 야전에서의 역동성과 스피드, 기병과 보병의 협력에 의한 전술적 융통성을 장기로 하는 군대였지만, 수심 깊은 강이 이들의 역동성을 제한해 버렸다.

고민에 빠진 알렉산드로스는 훗날 이집트의 왕이 되는 프톨레마이오스에게 기병부대를 맡기고 여울목 앞에서 대기하게 한다. 당장은 우기지만 건기가 와서 수심이 얕아지면 여울목을 건너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는 거대한 막사를 세우고 소일했다. 하지만 이는 눈속임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본영에 ‘가짜 알렉산드로스’를 세워 놓고 정작 자신은 당장 도하할 만한 지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적군 몰래 강을 조사한 그는 프톨레마이오스 기병부대가 주둔해 있는 곳에서 약 25km 거슬러 올라간 히다스페스 강 상류 지점에서 하중도(河中島)를 발견했다. 수심도 얕아 걸어서 건널 수 있었다. 그는 폭풍우 치는 밤에 몰래 이곳에 군대를 집결시키고 기습적으로 강을 건넜다.

알렉산드로스가 강을 건너 포루스의 진지로 달려들자 인도군에 대혼란이 발생했다. 급해진 포루스는 일단 출동 가능한 부대부터 알렉산드로스를 향해 내보냈다. 소위 축차적(逐次的·차례대로 모양을 좇아서 한다는 뜻) 투입이라는 것인데 이는 전쟁에서 금기 중의 금기다. 병력이 분할되고 병종 간의 협력도 어렵다. 지극히 효율이 낮고 소모적인 전투도 벌여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급하게 내보낸 포루스 부대는 차례차례 전멸해 버렸다. 인도군은 대패했고 포루스는 부상을 입은 채 포로로 잡혔다.

포루스뿐 아니라 수많은 장군들이 강을 지키다가 실패했다. 논리적으로 강은 분명 최적의 방어 요지다. 그러나 전쟁사를 뒤져 보면 강을 ‘지켜서’ 대승을 거둔 전투는 별로 없다. 강을 지키는 지휘관의 첫 번째 실수는 스스로 주도권을 적에게 양도한다는 것이다. 내가 극도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생각에 전술과 전장을 고정한다. 하지만 강은 수십, 수백 km까지 이어진다. 도강 지점은 무수히 많고 강 전체를 방어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시야와 전장을 조금만 확대하면 도하 지점을 고정하고 그곳을 방어한다는 전술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 수 있다. 두 번째 실수는 고정된 도하 지점을 방어함으로써 나의 전술을 완전히 노출한다는 점이다. 이는 창의와 역동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지름길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알렉산드로스처럼 상류로 돌아 들어오는 전술은 너무나 무모하고 위험해 적들이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 착각하고 안도한다. 그러나 진짜 무모하고 위험한 전술은 단 하나의 전선, 단 한 가지 전술에 자신을 고착시키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크고, 쉽고, 편안한 이익을 주는 상품과 전술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강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우리는 절대 무적”이라고 자부한다. 현재의 상황으로만 보면 합당하게 느껴질 것이다. 모든 요소와 지표에서 내가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나의 좁은 시야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 상황이라는 강은 무한하게 빠르게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 진정한 천재는 강의 저 위편에서 움직이고 있다. 도저히 건널 수 없어 보이는 깊고 빠른 강은 당신을 빠뜨리는 함정이 될 뿐이다.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장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나폴레옹#포루스#기업#알렉산드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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