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병선]동네책방의 희망, 문화사랑방에서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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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남 통영시 이문당서점의 폐업 공고를 행인들이 보고 있다. 국제신문 제공
6일 경남 통영시 이문당서점의 폐업 공고를 행인들이 보고 있다. 국제신문 제공
창원=민병선·문화부
창원=민병선·문화부
어린이날이면 어머니 손을 잡고 동화책을 사고, 새 학기 참고서를 고르던 지방 동네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6일 경남 통영시에 있는 70년 역사의 이문당서점이 폐업 공고를 내걸었다. 이 서점은 통영 출신인 유치환 김춘수 박경리 작가가 애용하던 지역 문화의 상징이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1박 2일 동행 취재를 하며 느낀 지방 서점들의 어려움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둘러본 서점들은 그나마 지역의 거점인 중대형 서점인데, 소형 서점들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서점주들은 입을 모았다.

지방 서점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서는 인터넷 서점의 무차별적인 가격 할인에 제동을 걸 도서정가제가 시급해 보였다. 인터넷 서점들은 해마다 매출이 늘었다. 2003년 3444억 원에 불과하던 인터넷 서점의 전체 매출은 2011년 1조2743억 원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서점이 많게는 50% 가까이 책을 할인해 파는 현실에서 오프라인 서점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신간 할인율을 현행 최고 19%에서 10%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도서정가제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지난해 1월 9일 발의됐으니 만 1년을 넘겼다.

지방 서점은 인터넷 서점과 기업체 운영 대형 서점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책을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여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책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김영사는 소형, 지방 서점들에는 책을 소량만 공급해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부산 한성서적 김창식 사장은 “중소형 출판사들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지방 서점들과 거래를 끊으려 한다”고 했다. 서점에 대해 출판인들이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이번 동행 취재 중 그래도 작은 희망을 봤다. 대전 중구 선화동 계룡문고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수년 전부터 유치원, 어린이집과 연계해 ‘서점 나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점을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 주기, 저자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통해 책과 친해지도록 유도했다. 나중에 서점을 방문했던 어린이들이 부모를 졸라 책을 사러 다시 왔다. 덕분에 지난해엔 매출액이 1억 원가량 늘었다.

“서점은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입니다. 정부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듯이 서점의 문화공간화를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이 대표의 바람이다.

창원=민병선·문화부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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