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미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혁신… 인상주의에서 경영을 배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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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년은 화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이라는 걸작이 탄생한 해다. 강둑에 두 명의 신사가 앉아있고 그 옆에 벌거벗은 여인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는 그림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색상은 지나치게 밝았고 원근법도 무시됐다. 근엄하게 신화와 역사, 성경에 기초한 그림만을 추구해왔던 당시 미술계와 관객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다수 사람은 그 작품이 처음 전시됐을 때 비난과 야유를 퍼부었다. 그러나 화가 지망생이었던 모네와 그의 동료들은 이 그림에서 미래를 봤다. 화실을 뛰쳐나온 모네와 시슬레, 르누아르, 그리고 마네 등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를 열었고 ‘인상주의’를 탄생시켰다.

미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혁신, 인상주의 탄생과 발전 과정은 경영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상주의 혁신이 천재 한 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동료들끼리 서로 돕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다자간 협력을 시도하고 개방형 혁신을 주문한다고 해서 곧바로 혁신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협력이 창조와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우두머리가 없어야 한다. 팀이나 협력적 네트워크에서 수직적 지휘체계가 만들어지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인상파 화가 중에는 무리를 이끄는 특별한 리더가 없었다. 우두머리가 있으면 함부로 파격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힘들어진다. 우두머리가 새로운 아이디어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출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말을 아끼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혁신적인 디자인 회사 IDEO의 경영자 중 한 사람인 톰 켈리는 브레인스토밍에 참여할 때 진행자에게 결정권을 맡기고 자신은 직원들과 동일한 규칙을 따른다. 최대한 편하게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둘째, 방향을 정하지 말아야 한다. 인상파 화가들은 고전적 양식과 주제에서 벗어나 빛의 효과를 강조한 기법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그렸다. 공통점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들이 추구하는 미술은 각기 달랐고,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림을 그리러 다녔지만 각자 다른 것을 그렸다. 인상파는 전통에 대항해 새로운 방향을 개척했다. 그들은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과 모호함 속에서 문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방향을 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었다는 말이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기술이나 제품의 로드맵이 명확했지만 최근에는 어떤 기술이 성공할지 예측하기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현재의 경영 상황에서는 기업인들이 인상파 화가들의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남의 실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인상파 화가들은 수많은 작품을 그렸기 때문에 실수도 많았다. 이러한 실수는 서로 다른 소재를 각기 다른 기법으로 표현하던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심지어 일본 병풍이나 스모선수 그림처럼 동양에서 건너온 그림들을 보며 ‘원근법의 부재’라는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여기고 자신들의 그림에 집어넣기도 했다. 남의 약점과 실수를 자신의 창조적 혁신을 위해 적극 활용했다는 얘기다. 이탈리아의 제품 디자인회사 알레시는 바로 인상파 화가들처럼 ‘실수’와 ‘약점’, 그리고 ‘실패’를 적극 활용한다. 아예 실패작 전시관을 만들어 놓을 정도다. 물론 최고의 디자인회사로 지속 성장 중이다.

넷째, 네트워크 간 지식과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워야 한다. 인상파 화가들은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기법을 함께 실험했다.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던 마네도 결국 캔버스를 들고 나가 그림을 그렸다. 무리 중 나이가 가장 많았던 피사로는 심지어 서른 살이나 어린 쇠라의 점묘법을 따라하기도 했다. 인상파 화가들은 서로의 실수와 약점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지만 이처럼 서로의 기법과 소재 자체를 따라하면서 창의성을 확장해나갔다.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귀중한 자원과 지식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조건 없이 나눴던 미국 실리콘밸리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보 공유를 막았던 미국 동부지역의 첨단 기술단지 ‘루트 128(Route 128)’은 벤처산업의 메카로 발전하지 못했다.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류와 교환은 창조와 혁신의 필수조건이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capomaru@gmail.com
#이병주#인상주의#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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