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소통과 불통 사이]야당-청와대 깊어지는 不信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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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정원 특검 요구에 귀막아”
靑 “요구 안들어주면 불통 낙인”

전방부대 찾은 朴대통령 “北 도발땐 단호히 대응”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오후 동부전선 최전방부대인 강원 양구군 을지부대를 찾아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단호하고 가차 없이 대응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을 막는 최선의 방책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철저한 안보태세를 구축해 감히 도발할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처음 일선 군부대를 찾은 군복 차림의 박 대통령이 초소근무 장병들을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양구=청와대사진기자단
전방부대 찾은 朴대통령 “北 도발땐 단호히 대응”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오후 동부전선 최전방부대인 강원 양구군 을지부대를 찾아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단호하고 가차 없이 대응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을 막는 최선의 방책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철저한 안보태세를 구축해 감히 도발할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처음 일선 군부대를 찾은 군복 차림의 박 대통령이 초소근무 장병들을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양구=청와대사진기자단
《 올해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날,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국회, 무엇보다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회’나 ‘야당’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국민’이라는 단어를 58번 사용했다. 야당은 그 후 10개월 내내 박근혜 정부를 ‘불통정부’라고 비판했다. 반면 청와대는 “야당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더 중시한다.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야당의 주장은 정쟁”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

‘이래서 불통이다’는 야당과 ‘이렇게 소통한다’는 청와대 간 불신은 점점 더 커진다.

○ 대통령의 야당 무시 vs 야당의 대통령 무시

민주당은 역사적인 ‘불통의 아이콘’ 마리 앙투아네트를 패러디해 ‘말이 안통하네트’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야당을 무시하고 야당에 책임을 떠넘길 조짐이 감지됐다고 주장한다. 3월 초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됐을 때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격한 어조로 야당에 분노를 표출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에 따른 인사 실패를 야당탓으로 돌리기 위한 담화였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야당의 정당한 비판도 대통령이 ‘정쟁’이라며 스스로 귀를 막아버린다는 불신의 벽이 크다. 민주당이 장외투쟁까지 하며 특검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할 때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기 전 입장을 내라는 건 정쟁”이라는 말만 반복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5선 의원을 지낸 박 대통령이 전례 없이 국회를 존중하는 행보를 해왔다고 반박한다. 당선인 시절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9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만났을 때 청와대로 부르지 않고 직접 국회를 방문했고 국회를 존중해 시정연설을 매년 하겠다는 공약도 지켰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 4월 상임위별로 여야 의원을 모두 불러 의견을 경청했고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민원도 빠짐없이 챙겨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집권하면 여당 의원들만 불러 집안 잔치를 하던 과거 정부와는 달랐다는 게 청와대 측 주장이다.

5월 대통령 방미 때 민주당 의원 2명에게 동행을 제안했고 9월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동반 외교협의체를 구성해 같이 해외 순방에 가자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한 건 야당이었다고 비판한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는 국정원 개혁안을 정보위 소위에서 논의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특위도 구성하고 국정조사도 했다. 소통 범위가 넓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서로 다르게 듣는 ‘국민 목소리’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운영에서 야당뿐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닫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8월 공안검사 출신으로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하고 박정희 정권의 법무비서관을 지냈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등장한 후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이 강화됐다고 본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외압 논란 등을 두고 ‘유신독재 부활’이라는 공격도 거세졌다.

노조와의 관계에서도 대화보다는 갈등으로 사회 혼란을 키웠다고 비판한다. 대표 사례로 정부가 10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을 든다. 최근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서도 대화보다는 파업 조합원들을 직위해제하고 강제 검거에 나서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자기들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불통’이라고 낙인찍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 모든 사안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결해 ‘유신독재’ 프레임에 끼워 맞춰 비판하는 것도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본다.

8월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해 중산층 세금을 올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통령이 즉각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즉각 반영한 사례라고 주장한다. 청와대 측은 “기초연금안 공약을 다 완수하지 못한 것도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도 대표적인 ‘불통’ 사례라고 비판한다. 불통 대변인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다가 ‘국가적 망신’을 주며 낙마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날로 강화되는 PK(부산 경남) 지역 편중 인사와 낙하산 인사 등을 지적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집권 초기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고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형태로 보완했으며 낙하산 인사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줄었다고 반박한다.

동정민 ditto@donga.com·길진균 기자
#박근혜 대통령#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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