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괴담처럼 번지는 ‘민영화 괴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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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KTX 28만원 될 것” “산간철도 폐쇄” “대형사고 난다”
헛소문 확산… 국민 불안 부추겨
당청 “허위사실 유포 엄정 대응”

조계사 극락전에 숨은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불법 파업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가운데)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잠입한 모습이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단독 포착됐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경 일반 노조원 2명과 함께 배낭 2개를 들고 레저용 차량으로 조계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박 수석부위원장이 오후 11시 50분경 극락전에서 철도 노조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조계사에 들어간 한 노조원은 본보 기자와 만나 “파업이 끝나면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조계사 극락전에 숨은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불법 파업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가운데)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잠입한 모습이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단독 포착됐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경 일반 노조원 2명과 함께 배낭 2개를 들고 레저용 차량으로 조계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박 수석부위원장이 오후 11시 50분경 극락전에서 철도 노조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조계사에 들어간 한 노조원은 본보 기자와 만나 “파업이 끝나면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철도 민영화가 되면 서울∼부산 KTX 표값이 6만 원에서 28만 원으로 치솟는다.”

“산간지방 철도는 자본 논리에 의해 모조리 폐쇄될 것이다.”

역대 최장기 철도 파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포털사이트 등에 ‘지하철 요금이 5000원으로 뛸 것’이라는 등의 ‘철도 민영화 괴담(怪談)’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과 거리가 먼 이런 괴담은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며 철도 파업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실화되지 않았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한 정책을 기정사실화한 일각의 주장이 복제되고 확산되며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루머 사회’의 양태가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24일 현재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가상공간에는 철도 민영화 추진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요금 인상, 대형 사고 발생 가능성, 적자 노선 폐지 등의 가상 시나리오를 사실인 양 전하거나 퍼 나르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요금 인상 시나리오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철도가 민간 분야로 넘어가면 이익을 많이 내려는 민간의 특성상 요금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쟁 체제를 도입하면 원가를 절감해 장기적으로 요금이 되레 내려갈 수 있고, 서비스의 질도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된다.

철도 민영화를 실시했던 영국에서 큰 교통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대형사고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거나, ‘정선선’처럼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노선이 폐지돼 국민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국토교통부 당국자는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나 적자에 대한 합리적 대책을 생각지 않고 만든 허황된 소문”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철도 민영화 괴담’이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특정 세력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불거진 ‘대선 불복’ 심리에 편승해 민영화 논란을 ‘악의적인 정부 흠집 내기’에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최근 박창식 당 홍보본부장을 팀장으로 한 유언비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고 26일에는 당 청년위원회와 함께 유언비어 유포 실태와 대응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를 흔들어 이익을 보려는 세력이 주도하는 유언비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심리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한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괴담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으로 본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부와 언론이 논란이 되는 사안을 공정하게 비교 분석해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박정훈·이은택 기자
#철도 민영화#철도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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