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인력 투입된 지하철서 80대 승객 인명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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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호선서 파업후 첫 참변

열차에 끼여 끌려가다 사망한 김모 씨(84·여) 사고는 15일 오후 9시 2분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오이도 방면 ‘5-4번’ 플랫폼에서 발생했다. 목격자 증언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종합한 경기 과천경찰서에 따르면 당시는 그다지 붐비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서너 명의 승객이 내리고 탄 뒤 김 씨가 내리려다 출입문에 몸의 절반이 끼인 것으로 보인다. 열차는 김 씨의 머리와 왼팔 등 신체 절반가량이 플랫폼 쪽으로 돌출된 상태에서 출발했다.

김 씨는 1m가량 끌려가다 열차 출입문 옆에 설치된 스크린도어에 수차례 부딪혀 전신에 골절상을 입고 사망했다. 스크린도어는 공사 중이라 틀만 갖춰두곤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김 씨는 열차가 역사를 떠난 뒤에야 플랫폼 방면을 바라보고 쓰러졌다. 당시 열차는 코레일 정직원 기관사 오모 씨(41)가 맨 앞칸에서 운행을 책임졌고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1학년생 A 군(19)이 맨 뒤칸에서 차장 역할을 하며 출입문 개폐를 담당했다.

대학 1학년생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열차의 차장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 사고가 노조 파업으로 인한 공백을 마구잡이식 인력 충원으로 채우다가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열차 차장 업무는 노사합의에 따라 100시간의 실습을 거치고 투입하도록 돼 있는데 대학 1학년생인 A 군이 충분한 실습을 거쳤는지가 논란의 대상이다. A 군은 투입 직전에 3일 동안 하루 8시간씩 총 24시간 교육을 받았지만 규정 시간인 100시간을 채웠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철도대 측은 이번 사고로 논란이 확산되자 코레일 노조 파업으로 인한 공백을 대체하기 위해 투입했던 재학생 238명을 16일 전원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열차 출입문은 1cm 이상의 물체가 끼면 바로 열리도록 돼 있는데 어떻게 김 씨가 문에 끼인 채 열차가 출발했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사고 당시 ‘5-3번’ 플랫폼에 있다가 현장을 목격한 안전신호수 조모 씨(64)는 경찰 조사에서 “사망한 김 씨가 나를 바라본 상태에서 몸의 절반이 문에 끼인 채 열차가 출발해 스크린도어에 수차례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반면 코레일 측은 “사고 당시 출입문 개폐장치에는 이상이 없었다. (김 씨가) 다리나 몸통이 끼인 게 아니라 (얇은) 머리카락이나 옷자락이 끼인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오 씨와 A 군, 사고 당시 책임자였던 정부과천청사역 부역장 황모 씨 등을 불러 김 씨가 문에 끼인 채로 열차 운행을 강행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철도 파업으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학생 김종현 씨(23)는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무척 놀랐다. 학교 갈 때 매일 지하철을 타는데 이런 사고가 나면 불안해서 어떻게 타겠느냐”고 말했다.

과천=조동주 djc@donga.com / 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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