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태 시신 옆 침통한 표정의 김정은… “충성하는 사람에겐 무한 총애”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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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후 北 어디로]
‘1호 사진’ 속 이미지 연출

북한의 주요매체들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12일) 소식을 13일 보도했다. 그 다음 날인 14일부터 15, 16일 사흘 연속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현장 시찰 등의 정치 행보를 기사와 사진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김정은의 얼굴이 찍힌 이른바 ‘1호 사진’은 그의 몸동작부터 함께 찍힌 사람의 면면까지 적지 않은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사진 속 김정은을 통해 북한 지도부나 주민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 이후 처음으로 찾아간 평양의 인민군 설계연구소(①번 사진)에서 왼손은 코트 주머니에 넣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오른손을 내밀며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북한의 ‘1호 사진’을 연구해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은 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는 “아버지 연배의 군 장성들이 노트를 꺼내 받아 적는 모습과 거침없는 김정은을 대비시켜 나이 어린 지도자의 권위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찍은 김정은의 독사진(②번)은 사진 구도에 주목할 만하다. 마식령 스키장은 ‘마식령 속도전’을 강조할 정도로 김정은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 중 하나. 김정은의 얼굴 뒤에 완공된 호텔을 배치한 것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의 위대함을 선전하는 동시에 그 업적을 김정은과 동일시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빈소를 찾은 김정은의 모습(③번)은 장성택 처형 파문을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잔인하게 죽인 김정은은 불과 3일 뒤 당 원로의 시신 앞에서는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고 지도자가 당 원로를 조문하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이는 장성택 처형과는 달리 당에 충성하는 사람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보낸다는 김정은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16일 보도된 제313군부대 산하 8월25일수산사업소를 시찰하는 사진(④번)에서는 더욱 과감해진 김정은의 대민 행보를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작업장의 생선 더미 앞에 걸터앉아 노동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소탈함을 드러냈다. 변 기자는 “특히 김정은 양옆에 고위 간부가 아닌 현지 일꾼들을 배치하고 팔짱까지 낀 것은 하층 계급과의 친밀함을 강조해 북한 주민의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김정은#김국태시신#장성택#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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