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주기-집권 3년차… 김정은 앞에 놓인 5가지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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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후 北 어디로]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7일로 집권 3년차에 들어선다. 2년 전 12월 17일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홀로서기’가 시작된 날. 20대 최고지도자는 이후 당·정·군 핵심인사들의 지속적인 교체와 우상화 작업 등을 통해 1인 지배체제를 공고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집권 3년차의 문턱에서 후견자 역할을 해오던 고모부 장성택까지 제거해버린 김정은 앞에는 밤잠을 설치게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그의 머리를 싸매게 만들 ‘5대 고민’을 짚어본다. 》  
① ‘장성택 일당’들의 숙청 어디까지 할까

탈북자 출신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체제 특성상 국가전복음모에 가담한 것으로 돼 있는 ‘장성택 라인’들은 뿌리까지 뽑지 않으면 김정은이 불안해서 못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란을 모의했다는 장성택의 측근들이 남아있는 한 언제든지 쿠데타를 일으킬 소지가 남아있다는 게 지도부의 인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고강도 숙청을 계속할 경우 역풍이 불고 반발수위가 통제범위를 넘어설 위험도 있다. 더구나 오랫동안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장성택의 주변에는 워낙 사람들이 많이 달라붙었기 때문에 숙청 대상과 범위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장성택의 측근들은 일단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장의위원 명단에 대부분 이름을 올렸지만 김정은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제1 관전포인트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겉으로는 자애롭고 온화한 이미지를 연출하면서 시간을 두고 비공개 숙청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② 내부 동요 어떻게 무마할까

숙청의 범위를 좁힌다고 하더라도 고모부에 대한 무자비한 처형으로 내부는 이미 상당히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등을 통해 북한 내의 이미 정보흐름이 과거보다 훨씬 빨라진 만큼 민심을 효과적으로 다독이지 못할 경우 급변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사상교육과 함께 김정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연출된 이미지와 강요된 메시지가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이 간부나 주민들에게 선심을 쓰는 ‘선물정치’를 통해 충성을 유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③ 4차 핵실험 할까 말까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쯤 김정은이 다시 ‘핵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4차 핵실험은 냉랭해져 있는 미국의 관심을 다시 끌어오고 우라늄탄의 성능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내부 결속을 위해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강한 반발로 북-중 관계가 악화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및 고립 심화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부담이다. 언제 어떤 계기로 핵실험 버튼을 누르게 될지는 김정은에게도 결정에 많은 고민을 요구하는 사안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4차 핵실험은 후폭풍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섣불리 시도하기 어렵고, 지금 그런 도발 카드가 절실한 상황도 아니다”며 “도발을 하게 되더라도 국지 군사 도발 같은 저강도 수준에서 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④ 외국자본 어디서 끌어오나

김정은이 제시한 ‘핵과 경제 병진노선’의 성과를 보여주려면 외자유치가 핵심이다. 김정은은 기존에 추진해온 특구 외에도 북한 전역에 13개 개발구 개발을 지시했다. 그러나 북한 내의 사업 안정성과 신뢰도가 바닥인 상태에서 외자를 끌어올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한국이 투자를 보장하는 개성공단에조차 들어오겠다는 해외 사업자를 찾는 데 애를 먹는 상황이다.

더구나 장성택 처형 후 해외에 파견된 외화벌이 일꾼들이 대거 소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접경지역의 사업 활동은 거의 올스톱 분위기란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⑤ 남북관계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이 애써 남한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고 반응하는 이슈다.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은 필수 선결조건이다. 임기 2년차에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전개에 어디까지 호응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수석 연구위원은 “장성택 처형의 여파로 북한의 대남일꾼들이 ‘자본주의 날라리풍’ 유입에 연루될까 두려워 전향적인 대남정책에 나서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김정은 개인의 결단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김철중 기자
#김정은#장성택#북한#김정일 2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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