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옆 지워진 장성택… 실각 공식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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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영상 17군데 손질… 재기 힘들듯
과거에도 숙청한 뒤 흔적 없애
與 “김경희, 별거중이라 못나설것”

지우고… 북한 조선중앙TV가 실각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을 삭제한 
기록영화 영상을 7일 오후 내보냈다(오른쪽 사진). 이날 방송된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기록영화 ‘위대한 동지 제1부: 선군의 
한길에서’를 지난달 28일 방송분(왼쪽 사진)과 비교한 결과 장성택의 모습(원 안)이 삭제됐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지우고… 북한 조선중앙TV가 실각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을 삭제한 기록영화 영상을 7일 오후 내보냈다(오른쪽 사진). 이날 방송된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기록영화 ‘위대한 동지 제1부: 선군의 한길에서’를 지난달 28일 방송분(왼쪽 사진)과 비교한 결과 장성택의 모습(원 안)이 삭제됐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이 7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이 삭제된 기록영화를 방영한 것은 장성택 실각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모습을 담은 기록영화 ‘위대한 동지 제1부: 선군의 한길에서’를 재방영했다. 이 기록영화는 10월 7일 처음 공개된 이후 10월 말까지 수차례 재방영된 바 있다.

가리고… 같은 영화에서 장성택 부위원장(왼쪽 사진 원 안)이 등장한 한 장면은 장 부위원장의 얼굴이 가려지도록 편집했다(오른쪽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가리고… 같은 영화에서 장성택 부위원장(왼쪽 사진 원 안)이 등장한 한 장면은 장 부위원장의 얼굴이 가려지도록 편집했다(오른쪽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한 달여 만에 다시 방영된 7일 영상에서는 장성택의 모습이 모두 사라졌다. 8일 통일부 정세분석국에 따르면 총 17군데에서 화면을 자르거나 확대 또는 다른 화면으로 대체하는 방법으로 장성택의 흔적을 없앴다. 과거 영상에는 김정은이 군부대 시찰 중 이병철 공군사령관과 악수할 때 뒤편에서 박수를 치는 장성택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7일 방영분에서는 뒤편에 서 있는 사람 중 장성택을 아예 지웠다.

자르고… 장성택 부위원장(왼쪽 사진 원 안)이 등장한 또 다른 장면은 화면을 확대해 장 부위원장을 화면 밖으로 밀어내 버렸다(오른쪽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자르고… 장성택 부위원장(왼쪽 사진 원 안)이 등장한 또 다른 장면은 화면을 확대해 장 부위원장을 화면 밖으로 밀어내 버렸다(오른쪽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은 과거에도 주요 간부를 숙청한 뒤 언론 보도나 영상물에서 이들의 ‘흔적’을 없애는 작업을 해왔다. 대표적인 인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계모인 김성애. 그는 한때 김정일의 정치적 라이벌로 여겨졌다. 하지만 김정일이 후계자로 결정된 뒤 권력투쟁에서 밀려났고 그와 관련된 사진과 기록들은 자취를 감췄다.

화폐개혁 실패로 2010년 3월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도 기록물에서 삭제된 경우다. 박남기는 같은 해 2월까지 방영된 기록영화 중 김정일이 평안북도 태천군 동봉협동농장을 둘러볼 때 함께 등장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중순 재방영된 화면에서는 그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이 콩 다발을 클로즈업한 장면으로 대체됐다.

북한에서 사진 등 기록물이 대거 삭제된 인물이 재기에 성공한 적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장성택 역시 다시 권력을 잡기 어렵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관측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한 정보당국으로부터 실각설이 나온 시점에 굳이 과거 영상을 편집해 재방송한 것은 장성택이 단순히 2선 후퇴한 게 아니라 상당히 큰 죄목으로 숙청됐다고 예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의 실각을 확인한 한국 정부와 주변국들은 북한 내부 정세를 예의주시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8일 이도훈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미국으로 떠났다. 이 단장의 이번 방문은 지난달 22일 방미 이후 한 달도 안 돼 갑자기 이뤄진 것이어서 ‘장성택 실각 이후 북한 상황’에 대한 한미 간 긴급 협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경희와 장성택은 별거 중이며 김경희가 (장성택을 위해) 더이상 나서지 못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철중 tnf@donga.com·권오혁 기자
#김정은#장성택#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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