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날]세계에 딱 4곳 3·3·3클럽… 수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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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무역의 날 제정… 수출 5600배로 키운 50년

1964년 수출 1억 달러를 기념하기 위해 ‘무역의 날(옛 수출의 날)’을 제정하면서 대한민국은 어떤 꿈을 꿨을까. 당시 한국의 수출은 세계 90위. 전 세계 수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0.07%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었다. 주요 수출 품목이라야 철광석, 옷 등이었다. 제대로 된 제조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로부터 50년. 올해 한국의 수출은 562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한국무역협회는 내다봤다. 전 세계 수출에서의 비중도 2.9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어떤 나라도 한국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올 한 해 한국 무역은 ‘3-3-3’의 기념비적인 성과를 냈다.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과 3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 외환보유고 3000억 달러 확보의 성과가 그것이다. 무역규모 1조 달러가 넘는 국가 가운데 2011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연속 무역흑자를 기록한 국가는 한국 외에 독일, 중국, 네덜란드 등 네 곳 뿐이다.

수출신화의 주인공들

대한민국 수출 신화의 한가운데에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이끄는 국내 전자산업은 스마트폰, 메모리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주도하는 조선산업도 세계 1위다.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타이어, 컴퓨터 등의 산업이 세계 5위권 내에 들었다.

지난해 스마트폰, 반도체 등으로 800억 달러가 넘는 수출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는 생산과 연구개발(R&D)을 세계로 확대하며 수출을 넘어선 글로벌 경영체제를 갖췄다. 이 회사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120조 원에 이른다.

1976년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팔면서 수출을 시작한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1∼6월)에만 수출 205만8000대를 넘기며 글로벌 톱5 진입을 향해 뛰고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첨단 정제기술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연간 1억 배럴의 정유 수출실적을 올리는 등 수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부터는 반도체 수출에도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다.

LG그룹은 LG전자의 스마트폰과 LG화학의 석유화학, 전지 제품 등의 수출이 대표적이다. 회사 측은 최근 인사에서 해외영업 및 마케팅 조직을 대폭 강화하며 글로벌 경영체제를 가속화했다.

이 같은 제조업 수출 기반은 선진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 더욱 빛났다. 제조업 수출은 경제위기 속 개발도상국 수출을 늘리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2008년 한국의 선진국 수출은 전년보다 3.8%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개도국 수출은 18.7% 증가율을 지켜냈다.

수출에 따른 고용창출은 2009년 315만 명에서 지난해 374만 명으로 늘어났다. 수출 산업에 힘입어 국내 외환보유액은 327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 무역협회 측은 “우리 무역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을 뿐 아니라 고용창출과 외화 획득, 국민소득 증진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출 편중현상, 어려운 대외환경 극복해야

하지만 대기업과 제조업 위주인 한국 수출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홍지상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대기업의 소수 품목에 대한 수출 집중, 낮은 서비스 수출 경쟁력이 우리 수출 산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의 3분의 2는 대기업의 몫이었다.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석유제품,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석유화학, 선박 등 6대 품목에 편중됐고 지역별로도 중국, 아세안, 미국, 유럽연합(EU) 시장에 절반 이상(57.2%) 쏠려 있다.

일본 엔화가치 하락, 자국의 제조업을 지키기 위한 여러 나라의 보호무역주의 등도 걸림돌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한류(韓流) 바람을 탄 콘텐츠 산업의 수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희망을 주고 있다. 2005년 13억 달러에 그쳤던 콘텐츠 수출은 지난해 48억3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이 같은 콘텐츠 수출은 단순히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에게 한국 문화와 제품을 익숙하게 해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도 중요한 활로다. 한국은 현재 47개국과 FTA를 발효 중이다. 이들 국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총 39조9000억 달러로 전 세계의 55.2% 규모다. 소비시장을 가늠케 하는 인구는 28억50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41.0%이다.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면 국내 보유대수는 1887만 대에 불과하지만 FTA를 통해 6억4000만 대 규모의 시장을 내수시장처럼 키운 셈이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부동산 침체 등으로 내수경기 회복이 당분간 어렵기 때문에 수출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돌파구”라며 “서비스 산업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 해외진출 등의 대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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