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서人]브라질 소설 ‘부다페스트’ 번역한 루시드 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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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에 빠진 박사 가수… 라틴문학을 건져 올리다

안테나뮤직 제공
안테나뮤직 제공
시 같은 노랫말과 서정적 멜로디로 탄탄한 팬을 거느린 뮤지션 루시드 폴(본명 조윤석·사진)의 경력은 퍽이나 다채롭다. ‘오, 사랑’ ‘국경의 밤’ ‘레 미제라블’ 등 6장의 정규앨범을 낸 중견 가수이자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박사를 받은 화학자이며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과 소설집 ‘무국적 요리’를 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최근 ‘번역가’라는 새 이력을 얻었다. 브라질의 보사노바 뮤지션 시쿠 부아르키의 소설 ‘부다페스트’(푸른숲)를 번역해 내놓으면서다.

“스위스 유학 시절 삼바나 보사노바 같은 브라질 음악을 워낙 좋아했어요.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하루 30, 40분씩 포르투갈어(브라질어) 문법책을 보며 2, 3년쯤 공부했죠. 부아르키는 사실 다른 브라질 뮤지션보다는 늦게 알게 됐는데, 그의 소설을 읽고는 매혹돼 버렸죠.”

모국인 브라질에서 대필 작가로 성공했지만 자신이 쓴 책이 남의 이름을 달고 주목받을 때마다 공허함과 질투심을 느끼던 주인공 조제 코스타가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말을 익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의 번역에는 무려 5년이 걸렸다. 번역에 걸린 시간이 포르투갈어 공부에 쓰인 시간에 버금가는 작업이었다.

“포르투갈어 독해는 가능하지만 말로는 사실 잘 못해요. 브라질에 가본 적도 한 번도 없고요. 중역(重譯)을 하면 아무래도 오류도 많고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시간이 걸려도 이 책만큼은 꼭 포르투갈어본을 초역하겠다고 마음먹었죠.”

라틴 환상문학의 전통을 계승한 작품답게 생각과 대화, 꿈과 현실이 수시로 교차되고, 인물 간 대화도 따옴표로 구별되지 않는 기술 방식 때문에 번역을 하며 여간 애를 먹은 게 아니었다. 막히는 부분은 인터넷으로 용례를 찾고, 영역본과 일역본도 짚어가며 헤쳐 나왔다.

소설에는 주인공 코스타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알아듣는 이 언어(헝가리어)가 쓰이는 낯선 도시(부다페스트)’에서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감성이 짙게 깔려 있다. 낯설고 말도 선 스위스 유학 시절 루시드 폴이 느꼈던 감정과 통하는 부분도 많다.

“취리히에서 공부할 때 스위스 친구 초대로 그의 집에 놀러 갔었어요. 그런데 거기 모인 친구들이 저만 빼고 2, 3시간째 독일어로만 얘기하더라고요. 홀로 바보가 된 듯한 느낌? 모국어와 외국어의 문제나 외국어를 통한 소통의 한계라는 문제는 지속적인 제 관심사입니다.”

그는 독자들이 번역가보다는 이 책 자체의 매력에 주목하길 바란다고 했다. “책에 담긴 메시지보다는 전체적인 느낌과 이미지 뉘앙스가 더 매력적인 책이에요. 이 소설이 부아르키의 음악으로 통하는 계기가 돼도 좋겠네요.”

앞으로 번역가로서 내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었다. “이 작품처럼 반해 버리는 작품이 또 나오면 혹시 모르지만, 문학 작품은 아닐 것 같아요. 요즘 라틴어를 배워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말로 쓰이지는 않고 글로만 남은 언어라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언어예요. 한 20년쯤 공부하면 웬만큼 읽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라틴문학#부다페스트#루시드 폴#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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