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페북’ 왜 이러는 걸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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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글-영상 경쟁적으로 게시

“그럼 페이스북 ‘좋아요’ 10만 명 넘기면 (배 속의 아이를) 키우고 아니면 지우자.”

6일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인기 페이지(파워페이지)에 한 남녀 커플이 주고 받은 휴대전화 메시지 캡처 화면이 게시됐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여성이 갑작스럽게 임신을 한 상태에서 남성에게 사실을 알렸는데, 남성은 낙태를 종용한다. 결국 남성은 페이스북에 이 내용을 알려 10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를 경우 낙태를 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페이스북 파워페이지에 이 내용이 올라오자 2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남성의 태도에 분노를 느끼며 ‘좋아요’를 눌렀다. 하지만 이 게시물은 파워페이지 운영자가 ‘좋아요’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최근 이처럼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려 ‘좋아요’ 클릭 수를 높이려는 페이지 운영자가 부쩍 늘어났다. 광고 대행사 관계자들은 “파워페이지 운영자에게 소정의 돈을 지급하고 광고를 하려는 광고주들을 겨냥한 행태”라고 입을 모은다. 추천을 의미하는 ‘좋아요’ 클릭 수에 따라 광고비가 정산되기 때문에 음란물 등 선정적인 내용이나 과격한 영상을 담은 콘텐츠를 무차별적으로 올리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칙적으로 페이스북에 광고를 하려면 페이스북 하단의 ‘광고만들기’ 코너를 활용해 약관에 따른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그 금액은 노출횟수 또는 클릭 수에 따라 정산하는데, 노출 대상의 범위와 빈도에 따라 다양하다. 가령 대한민국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광고를 할 경우, 클릭 수당 입찰가는 200원 선이다. 하루에 1만 명이 클릭을 한다면 하루 광고비는 200만 원인 셈이다. 이렇게 돈을 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용이 아닌 PC버전(데스크톱이나 랩톱)으로 접속하는 사람들에게 화면 우측에 광고가 소개된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파워페이지에 상품을 노출하면 광고비용은 더 저렴해진다. 22만여 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한 페이지 관리자는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가 1만 명만 넘어도 페이지 1개당 가격이 수십만 원, 10만 명이 넘는 페이지는 1000만 원대에 거래된다”고 말한다. 일단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려 파워 운영자가 되면 광고 의뢰자들은 △각 게시물에 상품을 노출할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 달라 △페이지를 통째로 사들이겠다는 등의 제안을 하며 다가온다.

이런 광고에는 성인물 또는 조건만남 등을 알선하는 업체가 주를 이룬다. 나이에 대한 차등 없이 모든 게시물이 노출되는 페이스북 특성상 미성년자들에게도 선정적 광고가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광고방식이 인기를 끌자 파워페이지 운영자를 찾아 광고계약을 체결하고, 광고비 처리를 담당하는 대행사들도 등장했다. 검색 포털 네이버에 ‘페이스북 광고’를 검색하면 20여 개의 업체가 쏟아져 나온다. 광고대행사 D업체 관계자는 “기존엔 여러 사이트에 중복해 광고를 내걸어야 하지만, 페이스북을 이용하면 젊은 세대 대부분이 사용하는 곳이라 한곳에만 게재해도 광고효과가 높은 편”이라면서 “게다가 일반 사이트에 비해 광고료가 매우 낮은 것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방식이 SNS의 질을 떨어뜨리고, 광고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광고문의가 들어온다는 한 유머 페이지 운영자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겠다는 뜻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돈벌이를 위해 음란물 등 자극적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며 “일부 운영자는 이런 식으로 파워페이지를 만들고 중고물품 거래 카페에 거래 글을 올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측 역시 이런 광고 형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해 최근 10만 명 이상 유저를 확보한 P 페이지에 대해 폐쇄 조치를 내렸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페이스북#파워페이지#선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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