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이 평균수명 못따라가면 말년이 불행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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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고치면 건강 신체나이 젊어진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건강수명이 평균수명을 따라가지 못하면 국민의 말년이 불행해집니다.”

국내 건강수명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사진)은 23일 서울 은평구 보사연 원장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건강수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보건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인데 한국은 그저 오래 사는 데만 관심이 많다. 국내 학계도 그 중요성에 비해 연구가 미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의 격차가 커지면 국가적인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걱정은 의료비 낭비다. 그는 “한국의 평균수명은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해서 끌어올린 결과”라며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명만 늘리는 데 돈을 쓰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형 병원들은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활동보다는 수명만 연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질병과 장애에 시달리며 말년을 보내는 사람이 늘면서 장기요양비용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 원장은 “요양비용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비 급증만큼이나 국가 재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원장은 건강수명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스트레스를 꼽기도 했다. 우리의 사회구조가 연령대별로 스트레스를 양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업 경쟁이 과도한 청소년, 수직적인 직장문화로 병드는 직장인, 노후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까지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세대 단계별로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많다”며 “건강수명은 단순히 보건정책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원장은 한국이 향후 건강수명 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약 2년마다 평균수명을 1세가량 늘려 이 추세대로 가면 2050년에 100세가 된다”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신화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최 원장은 “이제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그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생활습관#건강수명#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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