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짜내기… 연봉 3450만원 이상 소득세 더 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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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3 세법개정안 확정
연말 소득공제, 대거 세액공제 전환… 근로자 28%인 434만명 사실상 증세
“유리지갑 봉급자에 부담 전가” 논란

근로소득자의 연말정산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대거 바뀌면서 연봉이 3450만 원을 넘는 근로자들의 소득세 부담이 내년부터 늘어난다. 모두 434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8%, 세금을 안 내도 되는 소득자를 제외한 과세대상 근로자(993만 명) 중에선 44%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또 근로장려세제(EITC)의 지원 대상이 확대되고 자녀장려세제(CTC)가 새로 도입되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 지원 폭이 커진다.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과세 체계를 바로잡고 저소득층 지원에 무게를 실은 점은 바람직하지만 중산층과 일부 서민층까지 포함된 봉급생활자의 혜택을 대거 줄였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증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8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2013년 세법개정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자녀 양육, 다자녀 공제 등 인적공제와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특별공제 제도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중산층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렸다. 정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연봉 3450만 원을 받는 근로자부터 평균 소득세액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연봉 4000만∼1억 원 근로자는 연 100만 원 이내, 1억∼3억 원 근로자는 100만∼350만 원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납세자들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결국 세원이 낱낱이 드러나는 봉급생활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상위 28%의 근로자만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밝혔지만 증세 대상에는 중산층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한국의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경계선은 ‘가구당 연소득 5500만 원’으로 3450만 원 이상에는 중산층이 상당 부분 포함된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에 따라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이 2조9700억 원 늘고,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62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은 세목(稅目) 신설이나 세율 인상 등 직접적인 증세 항목은 없었지만 일반 국민이 누리던 각종 공제 혜택을 대거 축소했기 때문에 국회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봉 2억 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 과세를 먼저 해야 하는데 신용카드 공제율 축소, 의료비와 보험료 소득공제 배제 등으로 서민과 중산층 가구의 가처분 소득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 소득공제·세액공제 ::

둘 다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율을 언제 곱하느냐에 있다. 세액공제는 과표에 따라 먼저 세율을 곱해놓고 나온 세액에서 일정 금액을 빼준다. 소득공제는 소득에서 경비를 빼고 난 뒤 세율을 곱한다. 근로소득자의 전체 급여 가운데 신용카드 사용액 등 일부를 경비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세금 부과 기준금액인 과표를 낮춘다.

세종=유재동 기자·황승택 기자 jarrett@donga.com
#근로소득자#근로장려세제#자녀장려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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