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촛불집회 참여한 민주 지도부 ‘어색한 손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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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줄에 앉아 한동안 촛불 안들어… “朴대통령 하야” 구호엔 표정 굳어져
이정희 맨 앞줄… 김용민 사인회도
전병헌 “10일 참여여부 논의해봐야”

민주당이 3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 및 국가정보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장외투쟁 사흘 만의 첫 대중집회였다.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연단 위에서 대형 태극기를 펼치는 것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당 관계자는 “무너진 국기(國紀)를 바로잡겠다는 뜻”이라며 “30도가 넘는 찜통더위에도 1만5000여 명(민주당 추산)의 시민이 참여한 것은 엄청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127명 가운데 112명이 참석해 결속을 과시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강행 등의 부당성을 집중 부각하면서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국민이 다 아는 진실을 박근혜 대통령만 모르고 있는 것인가. 박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손에는 민주, 다른 한손에는 민생을 움켜쥐고 무소의 뿔처럼 두려움 없이 한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민생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난 대선 결과에 승복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민주주의 파괴행위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국정원 정국에 불을 지핀 문재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계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은 보이지 않았다.

시인인 도종환 의원은 시를 낭독했고, 여성 의원 16명은 청바지에 흰색 상의를 맞춰 입고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불렀다. 정치집회가 아닌 문화제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는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 국민촛불대회’가 시작됐다. 280여 개의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는 민주당이 쓰던 가설무대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왼쪽 가운데쯤에 비켜 앉았다. 맨 앞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김미희, 이상규 의원과는 대조를 이뤘다. 김 대표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에게는 인사를 청했지만 이 대표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촛불집회’로 이름이 붙여졌지만 김 대표, 전 원내대표 등은 한동안 촛불을 들지 않았다. 40분쯤 뒤에야 건네진 촛불을 들었지만 일부 참가자가 촛불을 들어올리며 “박근혜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거나 공연단이 ‘내가 만약 박근혜와 사귀게 된다면’이란 내용의 노래를 부르며 주먹을 날리는 제스처를 취하자 눈에 띄게 표정이 굳어졌다.

시민단체의 촛불집회에선 ‘박근혜 OUT’ ‘박근혜 하야하라’ ‘12·19 부정선거 박근혜는 물러가라’ 등의 손간판이 등장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막말 파문을 빚으며 민주당의 패배를 불러왔다는 평을 들었던 김용민 씨는 팬 사인회를 갖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행사 종료 10분쯤 전인 오후 8시 40분경 자리를 떴다. 김 대표는 “(촛불집회를) 잘 봤다”고만 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 지지를 확인했다”면서도 “10일 촛불집회 참가 문제는 논의해 봐야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집회 참석 전 대선 불복을 암시하는 어떤 구호도 나오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설훈 의원은 민주당 주최 집회에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안 하겠다는 요체는 박 대통령의 정통성 문제가 국정조사로 인해 드러나 국민적 열기로 옮아붙을까 두려워서 그런 것”이라고 외쳤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집회를 계속하면서 끝까지 시민사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민주당#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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