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말에 추임새 넣는게 인성교육?… 학생들도 “민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 서울교육청 ‘정약용 프로젝트’ 논란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성교육이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정약용(정직·약속·용서) 프로젝트’ 아래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약용 프로젝트는 문 교육감의 공약이었다.

3일 일선 학교에 따르면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매달 바람직한 인성을 기를 수 있는 행동을 지정하고 반별로 이를 잘 지킨 남녀 학생을 1명씩 뽑아 ‘품격 어린이상’을 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정약용 프로젝트에 맞춰 학교별 미션을 수행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학교는 6월의 모범행동으로 ‘추임새 하기’를 정했다. 대화하거나 교사 말을 들을 때 긍정적인 추임새를 넣는 학생을 시상한다.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이고 학생들마저 ‘민망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바람직한 인성을 기른다는 내용이 ‘친구 칭찬하기’ ‘쓰레기 줍기’ 등으로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초등학교에는 ‘동화책 나눠 읽기’와 ‘주 1회 감사편지 쓰기’ 등을, 중학교에는 ‘1일 1선행 하기’와 ‘친구 장점 찾아 칭찬하기’ 등을 정약용 프로젝트의 예로 들었다. 고등학교에는 ‘학급 1인 1역할 실천하기’ ‘고운 말로 대화하기’ 등을 예로 제시했다.

이런 예시를 토대로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1∼6학년 학년별로 ‘우유팩 재활용하기’ ‘자기 물건 스스로 정리하기’ ‘자기 물건에 이름 쓰기’ ‘동전 모아 불우이웃 돕기’ ‘폐건전지 모으기’를 중점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육청에서 하라고 하면 흉내라도 내야 하는 것이 학교의 처지이지만 재활용은 굳이 학생들이 나서지 않아도 잘 이뤄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중점 과제가 인성교육과는 무관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꼬집었다.

또 시교육청이 유아 인성교육을 한다며 일선 유치원에 배포한 걸개그림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이 그림은 정직은 ‘피노키오’, 약속은 ‘사자와 여우’, 용서는 ‘장발장’ 등으로 상징화했다. 그러나 요즘 유아의 취향과 눈높이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지난달 6∼11일 시내 초중고교 교사 15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가장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문 교육감의 정책으로 ‘정약용 프로젝트’와 ‘나라사랑 교육’을 꼽았을 정도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약용 프로젝트는 주입식 교육 대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인성교육을 위해 마련했다”며 “인성교육과 동떨어진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일부의 사례일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선 학교에 정약용 프로젝트의 취지를 다시 알리고 바람직하게 운영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청과 학교가 모두 참신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서울시교육청의 인성교육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채널A 영상]“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공연으로 인성교육
[채널A 영상]학생은 반색 교사는 사색…인권조례에 들끓는 교육현장


#서울시#정약용프로젝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