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비자금 수사, 막후 실력자 손복남 고문으로 향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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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국내외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너 일가의 차명재산 관리와 비자금 조성을 기획한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53)이 비자금 조성과 운용을 직접 보고받고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이미경 CJ E&M 총괄 부회장(55)도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80·사진)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 고문이 대외 활동은 하지 않지만 그룹 내 주요 업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CJ그룹을 퇴직한 한 전직 임원은 26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나 “손 고문은 요즘도 서울 남대문 본사 집무실로 출근해 주요 업무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손 고문의 가문 내 위치와 경영에 관여한 이력 등에 주목하고 있다. 손 고문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부인으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맏며느리다. 농림부 양정국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고 손영기 씨의 딸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손경식 CJ그룹 공동회장(74)의 누나다. 그는 1993년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나올 때 자신이 갖고 있던 삼성화재 지분 12.8%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갖고 있던 제일제당 지분 11.3%를 맞바꿨다. 이듬해 3월 제일제당은 대주주가 ‘손복남 외 3인’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이후 손 고문은 1998년 장남인 이 회장에게 제일제당 주식 116만 주를 증여하는 등 자신의 주식을 몰아주며 힘을 실어줬다. CJ그룹 출신 관계자는 “2000년대 제일제당의 사명이 ‘CJ’로 바뀐 뒤 영업 일선에서 혼란이 일자 손 고문이 직접 나서 지주회사는 CJ㈜, 제일제당은 CJ제일제당으로 하라고 교통정리를 했다”고 전했다.

손 고문은 CJ그룹이 현재의 계열사 구조를 갖추게 된 과정뿐 아니라 이 회장이 그룹 내에서 지분과 영향력을 쌓아 온 과정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1995년 이미경 부회장이 제일제당 멀티미디어사업부 이사 시절 미국 ‘드림웍스’와 합작을 성공시킨 뒤 현재까지 CJ의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 전반을 맡고 있는 것도 손 고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CJ E&M의 경우 이 회장이 2.43%, 이 회장이 최대주주인 CJ㈜가 40.1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데 비해 이미경 부회장의 지분은 0.15%밖에 안 된다”며 “이 회장 역시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에 관심이 있지만 손 고문이 이미경 부회장의 영역을 확실히 지켜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사장(51)은 CJ그룹 상무 출신으로 2005년 CJ그룹을 떠나 회사를 차렸다. 이 사장이 대표로 있는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CJ CGV 영화관 광고와 CJ 계열사 광고 대행을 독점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192억 원, 영업이익은 8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5.8%나 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 남매가 돈독한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 견제하거나 경쟁하지 않는 것은 손 고문이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관심사는 손 고문이 오너 일가 차명재산 관리와 해외 재산 도피에 관여했는지다. 오너 일가의 차명재산이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등지의 해외 차명 증권 및 예금 계좌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 등을 거치며 세탁되고 불려진 뒤 국내로 흘러들어와 그룹 내 지분 확보 및 유지에 쓰인 의혹이 제기된 상태여서 손 고문이 이런 사실을 보고받거나 관여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안에서도 “손 고문에 대한 조사 없이 이번 수사를 마무리하긴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범석·전지성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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