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격경질]대통령은 밤새워 연설 준비할때 대변인은 女인턴과 술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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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호텔에서 무슨 일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 기간에 전격 경질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함께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7일(현지 시간)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오찬,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윤 전 대변인은 공동 기자회견에만 참석했다. 오후 6시부터 7시 반까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도 윤 전 대변인은 모습을 보였다.

○ 인턴 직원과 부적절한 술자리

그러나 이후 행적부터 성추행 의혹을 받게 된다. 윤 전 대변인은 만찬 뒤 백악관 인근 호텔로 가서 8일 오전 1, 2시까지 현지에서 인턴으로 채용된 피해 여성 A 씨(21)와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민권자이며 교포 2세 여대생인 A 씨는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주미대사관에서 채용한 임시직 인턴 30명 중 1명. 윤 전 대변인 전담으로 선발돼 통역, 서류 정리 등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사건 신고 접수보고서에 따르면 현장 주소는 515 15th Street NW. Washington DC로 백악관 맞은편 ‘W 워싱턴DC 호텔’이다. 윤 전 대변인은 호텔 바에서 ‘(A 씨의)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는(grab buttocks without permission)’ 성추행을 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대통령민정수석실 조사에서 “호텔 바에는 운전사까지 3명이 있었으며 A 씨는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가제트 팔’도 아니고 어떻게 성추행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보고서에 기록된 사건 시간은 오후 9시 반에서 10시이지만 정황상 더 늦은 시간일 것으로 보인다.

이후 윤 전 대변인과 A 씨는 W호텔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숙소 페어팩스 엠버시로 호텔로 이동했다. 당시 대통령 수행 기자들은 프레스룸에서 한국 시간에 맞춰 밤새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 윤 전 대변인 속옷 차림 보고 경찰 신고

청와대 등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8일 오전 6시 반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호텔방으로 서류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피해자 측 주장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A 씨가 오지 않자 다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했고 A 씨가 마지못해 호텔 방으로 가자 거의 나체에 가까운 속옷 차림으로 그를 맞았다는 것. 직접적 신체 접촉이 없었더라도 피해자에게 성적(性的) 수치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성추행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에 놀란 A 씨는 곧바로 호텔 방을 나와 워싱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전 8시 반 페어팩스 호텔로 출동해 A 씨의 진술을 받았다. 경찰 보고서에는 신고(report) 시간이 낮 12시 반으로 되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은 이 대목에 대해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 A 씨가 오전 6시 반 자신의 짐을 가져가기 위해 호텔 방으로 왔으며 그때 마침 샤워를 하고 나왔기 때문에 속옷 차림이었다는 것. 수시로 자료를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A 씨에게 자신의 호텔 방 열쇠를 줬다는 것이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다. A 씨에게 욕설한 적도 없다고 한다.

A 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을 안 윤 전 대변인은 짐도 못 챙기고 도망치듯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향했다. 대사관의 차량 도움도 없이 직접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간 윤 전 대변인은 발권 창구에서 신용카드로 400여만 원에 이르는 비즈니스석을 구매했다. 8일 오후 1시 35분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고 한국 시간으로 9일 오후 4시 5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바로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았다.

○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통해 일파만파

윤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 조사를 피하기 위해 도망가듯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 것에 대해 “떳떳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전 대변인은 “인턴이 미국 시민권자여서 미국에서 조사를 받을 경우 항변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만큼 조사를 받더라도 한국에서 받기 위해 귀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로스앤젤레스 시간으로 9일 오전 10시 31분(한국 시간 10일 오전 2시 31분) 윤 전 대변인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미국 거주 한인 여성이 많이 보는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USA’ 웹사이트에 9일 오전 6시에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성추행 의혹은 급속히 확산됐다. A 씨와 함께 채용돼 인턴직을 수행한 친구가 관련 사실을 전해 듣고 격분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대사관에는 10명 내외의 정식 인턴이 있지만 박 대통령 방미 기간에 맞춰 5일 기간으로 임시직 인턴 30명을 추가 선발했다. 대부분 교포 자녀인 임시 인턴은 사무, 공보, 통역 등 보조 업무를 담당했다. 정식 인턴이 무급인 것과는 달리 임시 인턴은 일당 개념으로 수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
#윤창중#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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